일부다처제 속 남편의 상습폭행 빈번
남아선호·강제결혼 악습에 여성인권 최하위
헌법상 여성인권을 보호할 것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 실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의 인권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4일자 보도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강요된 결혼생활과 남편의 구타 및 가정폭력으로 인해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들은 스스로 불길 속으로 몸을 던지는 등 자살을 ‘고통을 끝내는 유일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남편뿐 아니라 남편의 다른 부인들 및 그 자녀들로부터도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던져 줬다.
UNIFEM(유엔여성발전기금)은 아프간 여성에게 가해지는 1327건의 폭력사례를 분석한 뒤 전체의 3분의 1의 여성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한해 동안 육체적, 정신적 폭력에 시달린 경우가 전체의 82%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구타경험이 있는 경우가 419건, 강제로 결혼한 경우가 113건, 제때에 식사를 하지 못하거나 생필품 없이 지낸 경우가 107건, 언어폭력이 60건, 생명에 위협을 느낀 경우가 45건, 살해당한 경우가 26건이었다. 게다가 가정내 자살을 통상 쉬쉬하며 숨기는 사회통념으로 볼 때 자살 비율은 실제로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교리는 자살을 금지함에도 불구하고 상습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사히신문은 ‘이들 여성이 종교 규율을 어기면서까지 자살을 택할 정도’로 삶이 절박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가정폭력의 근본원인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사회시스템 및 극심한 남아선호사상으로 압축된다. 이슬람 사회에서 남성은 최다 4명까지 부인을 둘 수 있다. 특히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아들을 낳느냐 여부는 여성의 안위를 보장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에 아들을 낳지 못하는 두번째, 세번째 부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부당한 대우를 감수해야 한다. 법적으로 이혼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막상 이혼 후 여성들은 생계가 막막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강제결혼은 아프간에서 여성의 열악한 지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아프간의 NGO 보고서는 여성의 강제결혼을 70~80%가량으로 추산한다. 특히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농촌지역에서 이같은 관행이 뿌리 깊으며, 여성들은 금전의 대가, 협상의 수단 등의 취급을 받고 있다. 최근 한 남성이 자신의 불륜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18세 조카를 80세 남성과 강제로 결혼시키려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프간 여성인권이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여성의 교육권, 직업을 가질 권리 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그 단적인 예로 아프간 성인여성의 문맹률이 80%라는 점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