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바람·정성이 빚는 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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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9일 하루 종일 콩을 삶아 찧어 메주를 빚고, 그늘에서 꾸덕꾸덕 말려 새끼줄로 묶어 처마 밑에 걸어 말리고, 다시 따뜻한 구들목에서 띄우고…. 그렇게 넉달 후인 3월23일 메주는 소금물에 몸을 담그고 간장으로 변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틀 전에 잘 뜬 메주를 박박 씻어 체에 밭쳐 말려 두었고 1년 이상 항아리에 담아두었던 소금도 물에 풀어 두었다. 메주가 한 말이니 소금 한 말에 물 두 말 반이다. 소금은 미리 사서 간수를 빼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간수를 빼지 않으면 소금물에서 쓴 맛이 난단다.

“남은 소금은 저 항아리에 담아 두자.”

어머니가 구석에 박아 두었던 금 간 항아리를 앞으로 꺼냈다.

“엄마, 이거 금 간 항아린데?”

“응…, 옛날 할머니 보면 일부러 금이 간 항아리에 소금을 담아 놓고 썼어. 한 1년 담아두면 금이 간 곳으로 서서히 간수가 빠져나가거든….”

오호! 조상들의 작은 지혜다. 장 띠울 항아리에 메주를 담고 풀어 두었던 소금물을 조심 조심 떠내어 부었다. 마치 계량이라도 한 듯이 찰랑찰랑 간장 항아리 끝까지 차오르고 적당한 소금물의 농도라는, 메주가 물 위로 2㎝쯤 떠올랐다.

여기에 또 한가지 작업이 남아있다. 숯 두 덩어리를 불 붙여 발갛게 달아올랐을 때 간장독에 넣으니 치지지직… 소독용이다. 그리고 지난 가을 잘 생긴 놈으로 챙겨두었던 말린 빨간 고추도 몇개 곁들여 넣었다. 그러고 보니 참 환상적인 빛깔의 조화다. 까만 숯에 빨간 고추, 잘 생긴 누런 메주….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놓은 지 다시 40일이 지나 드디어 간장 달이는 날이다. 그동안 매일 낮이면 장독 뚜껑을 열어 햇볕 충분히 받게 하여 맑았던 소금물은 점점 투명한 검은 색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지난번 콩 삶을 때 녹이 슬어 못쓰게 되었던 가마솥을 자세히 살피니 다행히 구멍이 난 것은 아니었다.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씻고 말리고 닦기를 반복하면서 길을 들여 다시 쓸 수 있도록 해놓았었다. 장독대 옆에 벽돌로 가마솥을 걸 수 있게 화덕을 만들고 솥을 걸어 놓으니 참 멋있다.

먼저 메주를 건져내어 손으로 부수고 으깨니 이것이 바로 된장이다. 된장이 떨어진 지 벌써 오래 되었는데 이제부터는 내 손으로 담근 된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벌써 입에 군침이 돈다. 된장은 예쁘고 작은 항아리를 골라 모셔 두고, 솥 걸어둔 화덕에 장작 넣고 불 지피고 간장을 솥으로 옮겼다. 끓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부글부글 넘치기 때문에 반드시 옆에 지키고 있다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두번에 나누어 팔팔 끓인 후 밑간장이 남아있는 독에 부었다.

“엄마, 새로 만든 거 새 독에 붓지 말고 먼저 간장 있는 데 같이 부어?”

“그래, 이렇게 해야 간장이 맛있는 거야.”

수십년 동안 덧 붓고 덧 부으며 내려온 간장인 것이다. 파는 것과 집 간장이 바로 이런 것에서 그 깊은 맛에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우리의 음식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양념을 하나 만들기 위해 지난 11월부터 장장 5개월의 과정을 이어 왔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이것을 햇볕과 습도와 온도가 협조를 해주어 잘 익혀야 한다. 그러니 하나의 음식이 완성되까지 근 1년을 기다리는 것이다.

난생 처음 내 손으로 장을 담가 보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단지 우리의 음식은 정성이 없으면 백발백중 실패라는 것을 알았다. 근 반년 동안의 긴 장정, 과정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고 나에겐 즐거움이었다. 우리의 먹거리는 사람과 햇볕과 물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자연을 적절히 이용해온 조상들의 지혜도 배웠다.

이제 작은 종지에 담긴 까만 간장에서 나는 햇볕과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아름다운 물과 나무와 꽃도 볼 수 있다. 그리고 할머니의 체취도 사라지지 않고 그 안에 남아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돈다. 어머니와 나의 체취도 계속 남아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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