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속의 역사’의 저자로 유명한 독일의 사회주의 예술사가 에두아르트 푹스(1870~?). 그가 여성 캐리커처 500여점을 수집해 엮은 책 ‘캐리커처로 본 여성풍속사’가 국내에서 번역됐다.
교태·관능 대상으로만 묘사, 당시 세태 반영
책에 따르면, 당시 여성들은 삶은 ‘바지(남성)’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귀족 여성들은 남성을 차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로 모드(패션)를 사용했다. 개미허리를 강조하기 위해 코르셋을 입었고, 풍만한 가슴을 강조하기 위해 데콜테를 착용했다. 가슴, 엉덩이, 허리를 강조하는 모드가 기괴하게 발달하면서 우스꽝스런 옷도 유행했다. 쿠션을 대어서 엉덩이와 허리 아래를 부풀려 강조한 허리받이 치마와 굴렁쇠 치마는 원하지 않는 임신 사실을 숨기기에 적합하다는 조롱을 받았다. 이런 모습은 임산부들이 허리받이를 스스로 감거나 다른 사람이 감아주는 모습을 통해 캐리커처로 여러 차례 표현됐다.

하녀도 풍자 그림의 주제로 다양하게 다뤄졌다. 하녀들은 과중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으며, 한편으론 주인들의 성적 노리개가 돼야 했다. 하녀는 부도덕의 전형이라는 초기의 풍자에서 벗어나 남성의 강압적 요구의 희생양이 된 하녀들의 비참한 처지를 사회적으로 풍자하는 캐리커처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밖에 글을 쓰는 여성들(블루 스타킹)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캐리커처들도 등장했다. 여류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에서 묘사되는 여성의 모습과 동일하게 취급됐으며 가정을 등한시한다고 묘사됐다.
또 여성의 치마를 바지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여성해방운동은 바지를 입은 여성으로 풍자되면서 희화화됐다. 
100년 전 쓴 책이지만 여성에 대한 시각은 꽤 날카롭다. 푹스는 여성 캐리커처를 통해 16세기 이후 서양여성들의 성과 결혼 등을 살펴보고, 이들에게 요구된 가부장적 성윤리와 성역할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푹스는 사유재산에 기반을 둔 모든 사회질서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사회문제로서 여성문제를 바라봤다. 여성은 수천년 동안 육체적 약자, 경제적 약자로 억압받아 왔으며, 이 불평등은 여성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사회·경제적 모순에 있다는 것이다.

강인순 경남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여성 억압의 본질을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로 파악하고, 여성해방은 사회의 경제적 기본구조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진보적 사상 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당대의 가부장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성차별적 한계를 드러내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책은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글도 만연체이고 중복된 표현이 많아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읽는다면 유럽사회의 시대상과 여성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오노레 도미에, 고야, 롤랜드슨, 빌레트 등 유명 화가들의 생생한 캐리커처를 감상하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