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자정능력 고려해야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마을 계곡에 올라 생태학습을 하고, 밤에는 폐교가 된 학교 운동장에서 별자리 관찰을 할 수 있다. 모내기나 소의 코청을 뚫는 쇠코뚜레 만들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도 제공되며, 특히 제초제나 살충제 대신 오리를 풀어 농사를 짓는 친환경농법인 ‘오리농군’에도 참여해 오리 15마리를(3만5000원 상당) 방사하고 그 대가로 가을에는 햅쌀 8㎏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린 투어리즘이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부 지역이 지자체의 지원금을 도로포장 등에 사용하거나 천편일률적인 아이템을 선택해 다른 농가와의 차별성을 잃기도 하며, 지역주민들간의 충분한 합의 없이 진행돼 수익을 두고 다툼이 생기는 사례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숙박시설 건설의 명분으로 자연을 훼손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린 투어리즘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일본은 어떨까.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 아야정 마을은 인구 75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현재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표적인 그린 투어리즘 관광지가 됐다. 산림이 총 면적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자연생태가 잘 보전된 이 마을은 20여년 전만 해도 임업을 주업으로 하는 가난한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대표로 선출된 미노루씨를 중심으로 ‘고장 가꾸기’ 사업을 시작했고, 여기에는 ‘한평 채소밭 운동’, ‘수제품 사용하기’ 등 친환경적인 내용들로 가득했다. 특히 목공, 죽공방, 유리공예, 도공예, 염색직물 전통공예를 특화시켜 현재 일본 제일의 전통공예 마을로 자리 잡았고, 연간 지역내 소득이 200억엔에 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승묵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팀 연구원은 “외국의 그린 투어리즘은 수십년 전부터 시작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우리도 단기적인 수익에 연연하지 말고 충분한 협의와 고민을 거쳐 ‘지속가능한 관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박은경 환경과문화연구소 소장(대한YWCA 회장)은 “자연을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그린 투어리즘 본연의 의미에 맞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역이 가진 생태적·문화적 특색을 살리고, 해당 생태자연의 자정능력 한도에 따라 관광객을 수용하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관광을 꿈꾸는 그린 투어리즘, ‘Slow Step’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