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또래상담을 막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한 어머니가 나를 만나자며 연락을 해오셨다. 대부분의 부모님은 인터넷을 통해 사람 만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실 뿐더러 ‘왕따’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이트는 더더욱 ‘찝찝’하셨을 텐데, 무슨 일인가 하고 만나보았다. 

그분의 아이 아름(가명)이는 반장과 부반장의 주도하에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너무 설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처음에는 놀림으로 그치던 것이 차츰 폭력으로 변했고, 방과 후엔 학교 뒤뜰로 불러내 때리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결국 아름이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등교 거부를 했다.

왕따로 고통 받는 자녀를 둔 아름이 어머니. 그는 누구보다 강했고 현명했다. 학교를 수차례 오가며 담임선생님을 만났고, 반 아이들을 만나 부탁을 했다. 무엇보다 아름이의 생각을 자꾸 들어주었고, 갑갑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반에서 일어난 불미스런 일을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전학을 시킬까도 고민했지만, 그건 최후의 방안이라 생각했다.

그런 어머니의 노력이 계속되자 아름이는 교실로 돌아갔고, 지금은 친구들과도 두루 사귀며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내게 상담을 했던 아이들 중에는 어머니의 노력으로 왕따를 극복한 친구들이 꽤 있다.

어머니가 아이의 방 청소 중 유서를 미리 발견해 자살을 포기한 친구도 있었고, 어떤 부모님은 자녀의 따돌림 극복을 돕기 위해 학교폭력 관련 법률을 달달 외우기도 했다. 포기를 모르는 어머니들의 정성이 아이들을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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