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층 ‘노블레스 오블레주’ 부재 심각
‘도덕성 없는 가족주의’ 성찰 계기 돼야

 

침울한 표정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경찰에 출두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침울한 표정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경찰에 출두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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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재계 9위의 기업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자신의 둘째아들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에게 직접 폭행을 가한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다. 재벌 총수에 대한 수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불법정치자금 제공이나 뇌물수수 등 기존에 흔히 나타났던 범죄들과 달리 사람에 대해 직접 폭력을 저질렀다는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부장적 가족문화가 반영된 한국 재벌구조의 병폐와 함께 법을 초월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특권층의 윤리의식 부재가 낳은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의 독특한 가족문화인 ‘amoral familism’(도덕성 없는 가족주의)이 낳은 결과”라고 해석했다.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지른 행동은 모두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의식이 강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명진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도 “‘내 가족은 내가 책임진다’는 가족영웅주의가 문제”라며 “가족 중심의 문화는 우리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세의 침략과 전쟁을 겪는 동안 강화되고 변질되면서 한국 특유의 가족주의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네티즌들은 “아들을 위해 폭력을 불사하다니 멋진 아버지다”라며 김 회장을 두둔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화그룹 측은 김 회장의 경찰서 출두 직전에 출입기자들에게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김 회장의 부정(父情)은 이 시대에 사라진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화”라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으론 이번 사건의 배경이 한국 사회의 독특한 재벌구조와 정경유착에 의해 만들어진 재벌들의 특권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조중근 박사는 “한국의 재벌은 유교적인 혈통주의와 경제 중심의 국가 발전 논리가 만나 만들어낸 ‘신화’”라며 “경제개발에 주력했던 과거 정부가 모아준 사회적 자본과 특혜를 입고 성장한 기업 총수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법을 초월한 특권층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미혜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남자는 강해야 하고 경쟁에선 이겨야 하며 싸움에선 맞아서는 안된다’는 뒤틀린 ‘남성성’이 자신을 이어야 할 아들을 강한 ‘보스’로 키워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변질됐다”며 “이것이 아들이 맞았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는 빗나간 자식 사랑을 초래했다”고 표현했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 29세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으로 기업을 이어받음으로써 조직문화나 정당한 경쟁을 체험하지 못한 채 단번에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랐다. 조중근 박사는 “이런 개인적인 배경이 ‘자신이 군주’라는 비뚤어진 우월의식의 밑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은 ‘노블레스 오블레주’(기업의 사회적 책임)가 엄격하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외국의 기업체제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비단 한화의 문제만이 아니라 총수의 독단적인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한국 사회의 가족중심 기업들에서 언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며 “글로벌 사회가 진전되면서 변화하곤 있지만 총수 한명에 의해 움직이는 현재의 기업문화는 적어도 한 세대는 지나야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을 보면 예전과 달라진 면도 있다. 비록 조사가 지연되긴 했지만 사법당국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조중근 박사는 “인터넷의 발달로 여론의 힘이 커졌고 기업들의 이미지 마케팅이 중요해진 만큼 앞으로는 구세대적인 족벌체제와 경영마인드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강력한 사법처리가 이뤄진다면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는 경종이 될 것이며 제2, 제3의 사건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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