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산미나리와 더운 샐러드
지난 일요일엔 아, 정말 환상의 봄맛을 즐겼다. 우리 토종나물로 서양식 샐러드!!
토요일 경동시장 봄나물 좌판에서 또 여러 보따리를 사들고 왔는데 그 중에도 산미나리와 돗나물이 비록 한 줄기씩 씻어 손질하느라 힘들었지만 그 싱싱하고 여린 촉감이 내 입맛을 유혹했다.
우리 식으로 생절이 하기엔 연둣빛 새싹들이 너무 아까웠다. 간장, 고춧가루에 팍 기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몇년 전 푸드 채널에서 영국의 요리청년 제이미 올리버가 만들었던 ‘더운 샐러드’(warm salad), 그동안 내 식으로 활용해 즐겨왔는데 바로 이 여린 봄나물에 딱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뜨거운 드레싱 소스를 만들어 날 채소에 버무리는 샐러드. 제이미 올리버는 이탈리안 베이컨이라고 할 판체타와 붉은 양파를 올리브 기름에 볶아 워터크레스(미나리 잎 비슷한 채소)와 섞어냈는데,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얼마든지 재밌게 맛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 샐러드다. 나는 4년 전부터 내 식으로 재료를 바꿔가면서 만들어 친구들로부터 맛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왔다.
봄의 산미나리를 긴 줄기를 떼고 잎사귀 중심으로 손질하니 서양의 워터크레스보다 더 여리고 향이 좋다. 돗나물과 섞어 쓰려다가 제각각 맛을 살리고 싶어 따로 버무렸는데 과연, 두 가지 다 혼자 먹기 아까워 남들에게 권할 만큼 나에겐 정말 일품이었다.
간단하게 나의 더운 샐러드를 소개한다.
만들기
1.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중불에서 양파를 천천히 볶으면서 소금, 후추, 타임을 뿌려 양념한다.
2. 양파가 말갛게 익기 시작하면 팬 한쪽에서 베이컨 토막 낸 것을 얹어 볶고 함께 마늘 편과 호두를 넣어 섞으며 노릇하게 익힌다.
3. 팬의 재료들이 한데 어울려 볶아졌을 때 불을 끄면서 발사믹 식초를 붓는다. 칙 소리와 함께 김이 나면서 향이 솟아오른다. 이것을 산미나리 위에 얹어 함께 버무린다.
산나물을 맛봐야 봄을 느낀다. 우리의 멋진 정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