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부터 출입처 배치·승진까지
일부 여성 고위직 ‘장식용’ 기용
한국 여성언론인 토론회서…
지난 18일 열린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 주최 ‘한국 여성언론인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토론회에서 홍은희 명지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과·현 중앙일보 논설위원)가 진단한 여성언론인의 현실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홍 교수가 전하는 한 언론사 간부의 고백이 이를 증명한다.
“상식, 글쓰기 등의 시험성적에서 상위 20위까지 남성이 없었다. 상위 30위까지 확대하니 겨우 5명 정도가 순위에 진입했다. 50위까지 넓히니 그제야 남성이 절반에 육박했다. 결국 면접시험을 거치고 나서야 남녀동수로 채용할 수 있었다.”
홍 교수는 “만약 여성이 없었어도 30위, 50위까지 범위를 넓혀가며 숫자를 채우려 애를 썼겠느냐”며 씁쓸해했다.
숫자는 늘었지만 출입처 배치에서 여기자들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능력과 상관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생활·문화부서에 배치되는 관행이 굳어져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2006년도 10개 전국일간신문 종사자 현황에 따르면, 언론사의 핵심 부서인 정치부에도 여기자는 전체 151명 가운데 고작 17명을 차지할 뿐이다.
물론 한 명도 없었던 과거에 비하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언론계의 유리벽이 깨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부 기자들만이 고급정보를 독점하던 이너서클(비공식 네트워크·inner circle)이 깨지고, 열린 취재구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여기자들에게도 문이 열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위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991년 연합통신이 가장 중요한 직책인 외신국장에 이정희 기자가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여성 최초 주필(1999년)과 발행인(2000년)이 된 장명수 한국일보 고문, 2005년 전국일간신문 최초의 여성편집국장이 된 권태선 한겨레신문 논설위원까지 언론계의 유리천장은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깨진 듯 보이지만, 짧은 영광을 뒤로 한 채 2005년을 끝으로 다시 내려앉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2006년도 언론사 임원(경영진·편집인) 통계에 따르면, 여성은 한국일보 1명(비정규직), 매일경제 1명, 머니투데이 1명, 데일리 팜 1명, 오마이뉴스 1명, 특수방송 1명 등 302개사 가운데 6개사 6명에 불과하다.
채경옥 매일경제신문 부동산부 차장은 “여기자들은 신문사의 대외 이미지 고양을 위한 장식용으로 1~2명 기용되고 있을 뿐이며, 간혹 조직에 충격을 주는 실험용으로 기용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숙 의원은 “여성언론인 스스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여성차별적인 문화를 깨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남성중심의 습관들을 하나씩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