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흔한 풀들, 내겐 소박하고 아름다운 친구
개불알풀·애기똥풀·쥐오줌풀 등 이름도 정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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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풀 좀 뽑어~ 왜 저렇게 놓고 본대…?”

마실 온 동네 아낙들이 화단의 꽃과 뒤섞인 풀들을 보면서 눈을 흘긴다.

“풀들이 꽃 거름 다 먹어버리네. 내가 뽑아줄래도 하두 애끼닝께 어쩌지도 못하겄네….”

“예쁘자녀…, 냅둬….”

“얼라? 이건 또 뭐래?”

뭐 대단한 것이라도 되는 듯이 화분으로 옮겨 심어놓은 광대나물을 보고 한 아줌마가 기가 막혀 웃는다.

“화분에 옮겨 심어놓으니까 그럴 듯 하잖아…. 너무 흔하니까 천덕꾸러기지 도시 화원에 내다놓으면 저것도 사가는 사람 있다구…. 히히히… 예쁘다.”

“기가 차서 말도 안나오네….”

“광대나물이 호강하네….”

아줌마들이 깔깔거리며 놀려대도 난 풀들이 참 좋다. 별꽃, 개불알풀, 애기똥풀, 괭이밥, 며느리밑씻개…. 작정하고 들여다보아야만 그 생김새가 눈에 들어오는 아주 작은 풀꽃들…. 호미로 득득 긁어 휘 집어던지는 풀들이지만 난 이 풀들에 한없는 애정이 간다. 우리의 들풀들은 그 모양새가 앙증맞고 귀엽기도 하지만 옛날 사람들이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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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던 그 이름이 우리네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어 정겹기 그지없다. 개불알풀은 이름이 흉하다고 해서 요새는 봄까지꽃으로 바꿔 부르지만 난 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이 더 좋다. 꽃잎 한장 한장이 마치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수캐의 뒤꽁무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딱 그 모양이다, 자글자글 주름진 무늬까지 어쩜 그리 똑 닮았는지…. 옛날 그 어떤 이가 보이는 모양 그대로 불러준 이름…. 그냥 그림이 그려지는 눈에 선한 마을 풍경이 아닌가. 내가 화분에 정성껏 옮겨놓은 광대나물은 속어로 코딱지풀이다. 꽃 모양이 손가락으로 코딱지 큰 놈 하나 잡아 죽 끌어내면 딸려 나오는 그 모양 그대로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나물이라는 것이 끝에 붙은 것으로 보아 옛날 어려웠던 시절에는 먹기도 한 모양이다. 저리 작은 것을 얼마나 긁어모아야 한 접시라도 마련했을까? 하기야 들에 좍 깔려버린 것이 광대나물이니 갈쿠리로 긁어내기만 해도 한 소쿠리 금방 채웠을 법도 하다. 혹시 그 옛날 광대들이 즐겨 이용하던 풀이라서 지어진 이름은 아닐까. 광대나물은 타박상이나 통증치료, 그리고 코피를 멎게 한다는 민간 요법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구르고 넘어지고 배고프던 광대들이 가는 곳마다 지천으로 깔려있는 풀을 긁어 나물로도 해 먹고 치료약으로도 이용했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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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모양을 닮은 별꽃, 아기 똥 냄새가 난다고 해서 애기똥풀, 쥐 오줌 냄새가 난다는 쥐오줌풀, 며느리밥풀, 개꼬리풀, 까치수염, 파대가리, 여우꼬리….

봄이면 우리네 주변, 논두렁, 밭두렁, 길가, 뜨락 구석구석 자리잡아 발밑에 밟히고 때로는 귀찮고, 때로는 주저앉아 한참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은 생명들…. 이들은 너무 작다, 너무 흔하다. 그러나 번식력, 생명력에서만큼은 천하무적이다. 그래서 더더욱 천덕꾸러기다.

그러나 이 작은 생명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 소박하고 드러나지 않고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움이 있고, 무엇보다도 살아나려는 의지가 그 어떤 화려한 꽃보다 강하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땅 위의 생명들은 모두 그 의미가 있고, 열심히 살아야 될 이유가 있고, 생명은 하나하나 모두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은 풀들과 하루 종일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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