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잡지를 보시나요?

내가 대학에 다닐 70년대엔 <창작과 비평>과 <문학과 지성>, 두 계간지의 전성시대였다. 그 두 잡지 중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고, 나처럼 두 잡지를 모두 좋아하는 친구들도 꽤나 되었었다. 그 계간지를 보면 최고 지성과 동시대 문학을 향유하는 뿌듯함이 있었다. 그리고 ‘이상 문학상’을 내고 있는 <문학사상>도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교양지로서 손에 들고 다니거나 다방에서 연인을 기다릴 때 보기 좋은 잡지였다.

오랜 외국생활을 하던 사람도 1년에 한번 문학상 수상집을 챙겨보면 한국문학의 대강을 훑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엔 잡지를 들고 다니는 젊은이를 본 적이 없다. 인터넷에서 잡지보다 빠르게 그날 그날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까.

나는 요즘도 오랜 습관처럼 <현대문학>과 <문학사상>을 본다. 계간지도 아닌 월간지가 수십년간 매달 나온다는 자체가 기적 같기도 하다. 정치적인 색채나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문학의 장르가 유지된다는 게 참으로 고맙기도 하다. 나 같은 사람이 꾸준히 읽을 수 있는 잡지가 있어 문학적인 양식과 느긋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양하고 풍요로운 사회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