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판타지 벗고 여성들 실제 사랑·고민 다뤄
현실적 캐릭터·여성의 성적 욕망 솔직하게 터치
연애·결혼에만 집중 ‘옥에 티’…“비현실적” 지적도

한국판 ‘섹스 앤 시티’를 외치며 시작한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로맨스 헌터’(연출 정흠문, 극본 권소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TV 노출 수위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선정성 시비로도 눈길을 끌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솔직한 여성들의 성적 욕망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히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모은다. 2월9일 첫회 방송부터 케이블채널 가운데 20~29세 여성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매주 수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라디오 프로그램 연예 컨설턴트, 아나운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방송작가 등 일하는 여성 5명의 사랑과 연애, 혹은 결혼생활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엮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모니터분과는 최근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서 “여성주인공들의 시각에서 남성 및 연애, 결혼을 바라보며 연애과정의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을 개연성 있게 다룬 작품”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불륜이나 신데렐라, 러브 판타지를 다루는 기존의 멜로드라마와 차별점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로맨스 헌터’의 장점은 우선 허구가 아닌 현실적인 캐릭터에 있다. 일례로 여기에 등장한 연하남은 경제력이 없어 데이트 비용도 못내는 철없는 학생이고, 사업에 망해 백수가 된 남편을 대신해 방송작가인 아내는 집안일과 육아를 남편에게 맡기고 살림을 꾸려간다. 이렇듯 연애나 결혼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사랑이 로맨틱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은 ‘능동적 남성과 순종적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던 이전의 드라마와 달리 여성들의 성적 욕망과 생활을 솔직하게 그려낸 것이다. 피임약의 부작용을 느끼는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콘돔 사용을 당당히 요구하는가 하면, 섹스 중독증에 걸린 남자친구로 인해 여성들이 느끼는 피로감, 남성의 오럴섹스 요구에 대한 불쾌감 등 여성들의 ‘하기 싫은 섹스’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주인공들 중 연애를 주체적으로 풀어가는 여성이 없다는 것.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2030 여성들의 관심이 연애와 결혼만은 아닐 텐데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대화 대부분이 연애에 관한 이야기인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남성판 ‘섹스 앤 시티’를 표방하며 인기를 끌었던 전작 ‘하이에나’가 동성과 이성 사이에서 성적 정체성의 갈등을 풀어내 멜로드라마 소재의 폭을 넓힌 것과 비교해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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