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어린이회장선거 안산 삼일초교
실천가능한 공약에 표심…내년 전국확대
“저를 전교 부회장으로 뽑아주신다면 선생님과 친구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랑의 우체통’을 만들겠습니다. 그래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없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 20일 전교 어린이 회장·부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경기 안산 삼일초등학교 어린이 6명이 투표에 앞서 최종 소견발표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지킬 수 있는 약속’을 강조하며 또래 친구들에게 소중한 한 표를 부탁했다. 무조건 열심히 할 테니 뽑아만 달라는 등의 기존 선거 유세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최근 일부 초등학교의 학생회장 선거가 기성 정치인들의 과열 선거를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상임 공동대표 강지원·김영래)가 초등학교 어린이회장 선거에 ‘매니페스토’를 도입, 안산지역사회협의회의 협조를 받아 안산 삼일초등학교에서 첫 선거를 치렀다. 권형기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조직부장은 “매니페스토 운동은 일종의 약속운동”이라며 “어린이들이 사회적 약속인 ‘공약’에 대한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이번 선거를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거는 15일 후보자등록에 이어, 16일부터 1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20일엔 최종 소견발표와 투표로 진행됐다.
후보자등록 하루 전인 14일에는 출마를 희망하는 어린이들과 선관위 어린이들이 매니페스토 선거를 치르기 위한 교육을 이수했다. 이 자리에서 아이들은 매니페스토실천본부로부터 ‘매니페스토’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공약 작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 특히, 학교 내의 문제점을 찾아 해결방법을 토론하고, 그 중에서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들어 ‘소망나무’에 부착, 학교와 친구들을 위해서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권자를 위한 교육도 빠지지 않았다. 선거 날인 20일 유문종 매니페스토실천본부 대변인이 교내 방송으로 ‘매니페스토 유권자 교육’을 실시한 것. 그는 아이들에게 “유권자는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하며, 선거가 끝난 후에도 당선자가 공약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표에 참가한 어린이 유권자들의 반응도 남달랐다. 작년과 재작년에 이어 세번째로 어린이회장 선거에 참여했다는 김아녜스(6학년) 학생은 “맘에 드는 공약이 많아 어느 후보의 공약이 더 좋은지를 평가하는 것이 재미있었다”며 “누가 당선되든 그 친구가 공약을 잘 이행하는지 친구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동 삼일초등학교 교감은 “아이들이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 대해 올바른 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면서 “향후 공약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공약 평가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매니페스토 선거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초등학교 매니페스토 선거는 이달 안에 광주광역시 5개 초등학교(신창초, 장원초, 신암초, 불로초, 일곡초)에서도 개최되며, 내년부터는 전국 초등학교에 확대 실시된다. 이와 함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오는 5월께 ‘초등학교 매니페스토 공모대회’를 개최, 각 학교에서 선출된 어린이회장들이 자신의 공약에 대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이를 실천 가능한 공약으로 재작성해보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어린이 매니페스토 만들기 실천 가이드
1. 학교 개선사항 찾기
학교 내의 문제점과 개선돼야 할 사항을 조사한다.
2. 할 수 있는 일 정하기
개선사항과 관련해 학생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3. 해결방법 찾기
학교 규칙과 상충되지 않는 범위에서 전교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언제까지 할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한다.
4. 매니페스토 작성
정책공약을 육하원칙(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 따라 구체적으로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