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란 단어만으로도 혐오감을 느끼는 아이가 있다.

지난해 10월 희수(가명)라는 아이가 내게 상담을 요청했었다. 희수는 방과후에 친구들로부터 구타를 당했고, 맞다가 쓰러져 병원에까지 실려 갔다고 했다.

그런데 상담 중 가해학생에게 사과를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대뜸 “나를 때린 친구보다 선생님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희수의 부모님에게 학생들의 장난이니 일을 너무 크게 벌이지 말자며, 이 일은 학교에서 잘 처리할 거라고 믿어달라 했고, 며칠 후 가해학생의 반성문 한장을 희수에게 건네줬다. 희수는 가해학생의 직접적인 사과는 물론 선생님으로부터 그 어떤 상담조차 받지 못했다. 그래서 희수는 반성문 한장으로 일을 마무리지어버린 선생님이 가해자보다 더 밉다고 했다. 희수는 아직도 선생님을 혐오한다. 

집단따돌림을 당한 아이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에는 선생님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아이들이 바라는 건 형식적인 반성문 한장이 아닌, 상처 입은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가해자의 제대로 된 ‘사과’다. 이를 위해선 학생과 학부모 모두의 중심에 있는 선생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면 선생님이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은 무엇일까.

선생님은 사건이 발발한 즉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만나 직접적인 사과를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개별상담을 진행하고, 특히 피해학생에게는 진심어린 위로와 함께 따돌림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줘야 한다. 또한 피해자 부모님과 가해자 부모님간의 대화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희수와 같은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가해자와 마찬가지인 존재일 뿐이며, 치유의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된다.

학교에는 선생님과 학생이 있다. 집단따돌림을 당한 학생에게 선생님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아이가 상처를 회복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희수는 내게 말했다. “진심이 아니면 차라리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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