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력, 강력한 처벌이 예방법” 공감대

지난 1일 뉴욕 유엔본부 경제사회이사회 회의장에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의원회의가 열렸다. 의원회의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회의 기간 중 국제의회연맹(IPU)과 유엔 여성지위향상국이 공동주관하는 회의로 2005년 처음 개최돼 올해로 3회를 맞았다. 

의원회의가 열린 유엔본부의 경제사회이사회 회의장은 유엔총회장,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과 함께 유엔본부의 3대 회의장으로 불린다. 붉은 체크무늬의 긴 커튼을 배경으로 한 단상과 반원을 이룬 200여개의 의석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에서 온 남녀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청중석에는 유엔기구 관계자와 유럽의회 관계자들, 그리고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회의를 방청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앉아 있었다. 

이번 의원회의의 주제는 ‘여아에 대한 차별 및 폭력 방지에 관한 의회의 역할’로, 건강·교육·폭력·관습의 영역에서의 여아 차별과 폭력의 문제가 배경문서로 제시되었다.

대한민국 국회의 대표단으로 본 의원과 한나라당 간사인 고경화 의원, 열린우리당 간사인 홍미영 의원이 참여하였으며, 전세계 남녀 국회의원들이 각국의 성과와 과제 및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본인은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정책 성과를 자랑하면서도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심각한 문제인 아동 성폭력에 대해 발언하였다.

우리나라는 이미 교육과 건강 등에서는 여아와 남아간의 격차가 거의 없다고 볼 만큼 많은 발전이 있으며, 일부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의 격차도 정책적 지원으로 현저한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알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동 성폭력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강력한 처벌규정을 입법화하는 것만이 이를 예방할 수 있음을 역설해 많은 지지와 호응을 받았다.

여아 차별의 문제는 주로 제3세계에서 여전히 뜨거운 이슈였다. 케냐 의원은 생리대에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문제에 대하여 의회가 이를 면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아프가니스탄 의원은 여아에 대한 심각한 교육 차별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알려 격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여아 차별과 폭력 방지를 위해서 많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점은 아동정책에 성 주류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으며,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성별 영향평가, 성별 분리통계, 그리고 성 인지적 예산의 틀에 여아에 대한 관심이 특별히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번 회의 참석을 통해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의원회의가 국제적 네트워크의 강화를 기반으로 자국의 여성정책과 전세계의 여성정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유용한 수단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발언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가 국제회의에서 좋은 사례로 내어놓을 것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음이 뿌듯하였던 반면, 여아를 비롯한 아동에 대한 성폭력의 문제에 대해 발언할 때 이 문제의 개선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여아 차별과 폭력 방지를 위한 의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를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아동 성폭력 문제를 비롯하여 아동정책의 성 주류화에 대해 보다 집중적이고 강력한 출발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여성차별철페협약과 아동권리협약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교차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아동정책의 성 주류화가 가능해질 것이며, 장기적으로 아동분야에서 성 평등은 구체적이고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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