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훈련소에서

아이 덕분에 처음으로 논산 땅을 밟게 됐다. 천안을 지나 차령산맥을 넘는 긴 터널을 통과해 공주를 지나니 평평한 평야가 나온다. 봄눈이 녹지 않아 아직 추위가 느껴지는 날이었다. 훈련소 입구에는 준비물을 파는 시장이 서있어 전자시계, 양말, 신발깔창, 전화카드 같은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에 든든히 먹여야 하니까 음식점들이 마치 관광지처럼 들어차 있어 호객까지 하고 있었다. 군대의 삼엄함과 경직됨은 느껴지지 않았다. 입구에 큰 글씨로 쓰여진 ‘호국 요람’이란 구호가 자꾸 입에서 맴돌았다.

시간이 다가와 훈련소 안으로 들어가는데 군악대의 음악소리가 울려퍼진다. 입구 가까운 데에 야외무대를 설치해놓고 노래자랑을 하고 있었다. 입소할 청년이 무대에 올라가 한 곡조 뽑고 가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온 여자친구나 어머니도 같이 무대에 올라왔다. 모두들 가수 뺨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시간이 될 때까지 그 쇼는 이어졌다. 나는 구경을 하면서 ‘세상에 군대 들어가기 전에 저렇게 한바탕 놀고 가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그 열정과 신바람이 어디서 나올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집합시간이 되어 훈련소 마당에 집결하는데 머리를 빡빡 깎고 전국에서 모인 1400명의 스무살 남짓한 젊은이들이 연병장으로 내려간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따라온 가족들은 그대로 서있고. 곧 간단한 의식이 숙연하게 이어진다.

아이는 우리가 서있는 위치를 아니까 손을 흔들며 걸어온다. 약간은 어색한 웃음을 띠며. 아이의 친구들이 이름을 크게 불러준다. 그 소리에 내 마음이 훈훈해지고 뿌듯해짐을 경험한다. 모두들 예쁘고 밝고 건강해 보인다. 군대가 이제는 인간 존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모님들은 안심하고 맡기시라고 한다. 돌아서서 나오는데 어머니, 아버지, 친구들의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그 눈물이야말로 우리나라의 힘이라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