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치즈의 찰떡 궁합 그라탱

지난 늦가을 강원도 산골에 내려가 친구들과 합동으로 담가 파묻어둔 김장김치는 가지러 갈 시간들이 맞지 않아 아직껏 그대로 있다. 땅속에 파묻은 것이라 4, 5월부터 맛이 더 좋을 것이란 말에 ‘저축’해두기로 했다. 대신 친지들에게 “잘 익었을 때 조금 주세요” 하며 염치불구하고 받아와 무려 네 가정의 겨울 김치가 지금 우리 집 냉장고에 모여 있다. 나이 들수록 김치가 더 좋아지는 데다 여러 모로 건강에도 최고라 하니 나의 김치 욕심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게다가 이 좋은 김치들이 행여 잘못될까 조바심까지 나서 가능하면 맛있을 때 더 많이 먹으려고 기쁘게 노력중이다.

요 며칠 전엔 김치와 떡국 떡이 들어간 내 나름의 그라탱 요리를 만들어봤다. 언젠가 방송인 이다도시의 요리책에서 ‘떡볶이 그라탱’을 보고 내 식으로 ‘떡국 그라탱’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 김치를 추가하면 더 우리 입맛의 그라탱이 되지 않을까 해서 시도했다. 성공! 정말 맛있게 이것 하나로 점심식사를 했다. 

‘김치 떡국 그라탱’은 모차렐라 치즈(피자 치즈)가 들어가는 오븐 요리라는 점에서 좀 복잡한 것 같지만 그러나 별식을 만드는 재미, 어린이도 함께 즐기는 가정요리라 생각하면 손쉽게 창작요리 하나가 탄생한다. 나는 한끼 식사용 김치 그라탱을 만들면서 옥수수며 색색의 파프리카와 양파, 팽이버섯 등 식물성 맛을 많이 담아봤다. 누구나 집에 있는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유요리다. 

▲만들기=① 모든 재료를 각기 먹기 좋게 썰어놓고 파스타는 미리 삶아놓고 떡국도 살짝 삶아 뭉치지 않게 찬물에 헹궈 놓는다.

② 버터에 밀가루를 볶다가 우유를 넣어 걸쭉하게 크림수프처럼 됐을 때 마늘 다진 것과 김치를 먼저 넣어 볶듯이 익힌다. 이어 양파와 파프리카, 옥수수와 파스타, 떡국, 팽이버섯 순으로 넣어 끓이는데 국물이 적어 뻑뻑하게 되면 물을 조금 부어 눌러 붙지 않도록 한다.

③ 모든 재료가 뜨겁고 걸쭉하게 되면 불에서 내려 오븐기에 담고 위에 치즈를 고루 덮는다.

④ 예열된 오븐에 넣어 5~10분 정도면 치즈가 녹아 노릇하게 구워진다.

즉석에서 뜨겁게 치즈가 찍찍 늘어나는 것을 즐기면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동서양 발효식품 김치와 치즈가 찰떡궁합인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맛봤다. 

김치찌개와 김치찜, 그리고 김치전 정도의 나의 김치요리 메뉴에 동서양 어울림 그라탱이 이제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