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보자기는 우리민족 문화 상징물
요즘에야 선물을 포장하는 합성섬유 보자기가 하도 흔해 귀한 줄 모르지만 보자기야말로 가볍고, 유동성이 뛰어나고,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목민의 생활 패턴과 닮아 있다.
우리 민족의 문화가 유목민과 농경민의 특색을 모두 겸하고 있다는 것이라는데 보자기야말로 그 상징적인 물건이 아닐 수 없다. 수놓은 보자기를 덮어 놓으면 옷장을 대신할 수도 있었고, 혼례에 쓰는 보자기는 축복의 기원이 들어 있었다. 무게와 부피가 거의 없는 가벼움이 변화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으니 더욱 의미가 깊다.
나에게 잊지 못할 일이 있었다. 가까운 친구인데 자기 할머니의 백수 잔치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아무리 친구라도 남의 집안 백수 잔치에 가도 되나 하며 망설이다가 가게 되었는데 그 잔치가 정말 훌륭했다. 할머니가 손수 모은 조각보를 잔칫집 입구에 전시해 놓았는데 백수 할머니의 재주 자랑이라고 보기엔 너무 대단했다. 내가 감동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더니 자기 할머니는 조각보가 예쁘다고 칭찬해주면 또 만들어 선사해주신다고 했다. 그 건강과 넉넉한 마음씨에 절로 존경심이 우러났다.
지금도 백수 할머니는 조각보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호원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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