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자유분방 · 행동은 보수주의
사적 인연보다 능력중시 인사 ‘의외’
교육개혁 애정…솔직담백 현모양처형

여성신문과 연구공간 여성과 정책이 공동으로 추진한 ‘내가 본 이순자 여사’ 좌담회에서 드러난 이 여사의 인사 스타일은 의외로 사적 인연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편으로 나타났다. 김동연 청와대 제2부속실장은 이웃에 살던 모대학 교수의 추천으로 영부인 비서관으로 발탁되었다고 한다. 그 전엔 소비자단체, 걸스카우트 등의 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번 고사하다가 면접만 한다는 것이 이 여사의 매력에 끌려 1980년 11월부터 퇴임할 때까지 7년 6개월 동안 이 여사를 보좌했다. 그때 이 여사가 내세운 기준은 ‘생각은 자유분방하고 행동은 보수적이며 정직하고, 이권에 개입할 소지가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새세대 육영재단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이은화 전 이화여대 교수(유아교육)는 “이 여사는 유아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면서 “정치와 상관없이 평생 해야 할 중요한 일로 생각하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 여사에게 ‘러시아 혁명사’를 강의했던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는 “이 여사는 청와대의 힘을 이용해서라도 교육개혁을 올바른 방향으로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인간적으로 상당히 솔직한 편이었고, 개인적으로 받은 인상은 ‘노력하는 현모양처형’이었다”고 평했다.

83년 새세대 육영회 2기 감사를 맡았던 장명수 한국일보 이사는 “이 여사는 지금까지 본 대통령 부인들 중에서 굉장히 총명한 분으로 군인의 아내로서 최선을 다했고, 대통령의 아내로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한 뒤, “적어도 새세대 육영회, 심장재단에 한해서는 비자금의 세계는 없다”는 의견이다. 박춘거 심장재단 이사장은 84년 초 유한양행 사장으로 있던 중 ‘좋은 경영인’으로 신문에 보도된 것이 계기가 되어 발탁된 케이스로 새세대 심장재단 감사를 거쳐 이사장이 되었다. 그는 “80년대 초는 흉곽외과의 수술능력이 별로 없었는데 이 부분의 의료기술이 발전하게 된 데도 이 여사의 공이 있다”고 평가했다.

심장재단에 관여했던 신동식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혈연이나 학연, 지연에 구애받지 않고 김 전 비서관처럼 잡음이 안 나오는, 제대로 된 참모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똑똑한 영부인이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기옥 한양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이 여사의 절친한 친구였지만 영부인 시절에는 일부러 이 여사와는 한번도 연락하지 않고 지내다 백담사 시절부터 다시 만나기 시작한 경기여고 단짝 친구였다. 이 교수는 “여학교 때 이 여사는 이야기를 아주 맛나게 잘했다”면서 “부부간에 자상하고, 재미있고, 금실을 유지하며 사는 게 저만한 사람들도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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