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총리’가 남긴 것

상생과 화합의 정치문화 일궜다

한명숙 총리의 리더십은 ‘화합’과 ‘소통’으로 요약된다. 취임 직후부터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당·청간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온 것은 물론 ‘현장총리’, ‘민생총리’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너무 짧은 기간이어서 처음 기대만큼 일을 하기에는 제약이 컸다”고 전제한 뒤 “북핵문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중진급 의원들의 집단 탈당 등 정치상황이 좋지 않았던 내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총리 때와는 달리 정부와 국회간 대립이 상당히 적었고, 당·청간 이견도 거의 나온 적이 없었다”면서 “나름대로 상생의 정치와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첫 여성총리여서 약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만족스러웠다”면서 “총리가 정부내 여러 정책을 잘 조절했고, 특히 대통령의 역량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 총리 특유의 부드러움과 인품을 갖고 갈등을 대화로 풀어 좋은 성과를 냈다”고 극찬했다. 단순한 예우성 발언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성계도 후한 점수를 줬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취임 당시 여성계의 주문은 상생과 화해의 정치문화 만들기였는데, 비교적 충실히 수행했다고 본다”면서 “특히 내용과 관계없이 한·미FTA 문제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문제 등 갈등이 큰 사회현안에 대해 기존의 밀어붙이기 방식을 지양한 점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 총리에 대해 국정 장악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인색한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실험대에 오르기엔 재직기간이 너무 짧았고 북핵실험,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집단 탈당 등 국정운영에 한계가 많았던 상황을 고려할 때 “비교적 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첫 여성총리로서 사회 갈등을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위해 노력했으며, 최고의 ‘유리천장’을 깬 여성정치인으로서 새로운 롤 모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한 총리의 대선 행보에 있다. 당 안팎에서는 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이 부진한 지지율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 총리가 ‘대안카드’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한 총리는 지난달 22일 “당이 어려울 때 한사람이라도 힘을 보태야 하며 국민을 위해 최대한 봉사하겠다”고 말해 대권 도전의사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한 총리를 ‘최상의 총리’라고 극찬한 것을 두고 이미 ‘노심’이 한 총리를 향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최근 에세이집 ‘서른의 당신에게’를 펴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여당의 유력한 여성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본인은 “내가 치어리더냐”고 반문하고 있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언론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19.8%),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16.4%),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11.7%), 한명숙 국무총리(10.5%)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