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내·외장 공사 마지막 손질

앗, 우리 집에 라돈이…

한국에 잠시 머물 때 풍수, 기 인테리어에 대해 들어 본적이 있었다. 건축과 인테리어에 풍수를 구체적으로 접목시킨 것으로 집의 방위, 조명, 사물 및 가구의 배열, 색상 등을 이상적으로 배치하는 것, 그리고 수맥의 유무도 진단하고 조치하는 신 인테리어 이론 중의 하나였다.

한때 한국 매스컴에서 심층취재까지 했었던 수맥의 존재가 한국에서의 좋은 집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한다면, 스웨덴에서는 아마도 라돈(Radon)일 것이다. 스웨덴에서 라돈은 보통 대지, 그 속에 흐르는 물, 건축자재 등에 함유되어 있는 냄새 없는 방사선 가스로 정의된다.

라돈 함량이 많은 집에서 오래 살 경우 폐암이 유발될 수 있고, 특히 그 집에 흡연자가 있을 경우 위험요소는 더욱 커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라돈의 노출에 스웨덴 정부는 각 가정이 원한다면 약간의 비용으로 라돈의 함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고, 측정된 라돈의 수치가 표준치가 넘으면 그것을 차단하는 조치비용의 50%(최대 1만5000크라운이 넘지 않는)를 지원해주고 있다.

신축건물의 내장공사를 하던 어느 날, 인터넷 상에서 건축관계 자료를 검색하다가 우리 동네가 라돈 함량이 전체적으로 많은 지역임을 알게 되었다. 그 즉시 남편에게 우리집의 라돈 함량을 측정할 것을 부추겼고, 3개월간의 측정 기간을 거쳐 표준수치 내에 있음을 알게 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표준수치 이상이 나왔다면 대지에 함유된 라돈을 차단하기 위해 기초공사에서 조치를 해야 하고, 공사 자재에 함유된 라돈 수치가 많다면 좀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공기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는 복잡해지고 정부의 조치지원금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공사비용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내·외장 공사를 하다

우리가 이 집으로 이사온 지 1년쯤 되던 4월쯤, 일하던 인부들은 모두 철수했다. 이제부터 남은 일들은 남편과 내가 온전히 떠맡아야 하는 것이었다. 집 외벽 나무 대기, 지상층과 지하층을 연결하는 계단 설치, 벽난로와 중앙집중식 진공청소기 설치, 천장 장식 대기, 바닥돌 타일 깔기, 도배, 몰딩, 외벽 페인트 하기 등 주로 집의 내장과 외장을 위한 일들로 다 나열하기도 힘든 작업공정들이 남아있는 셈이었다. 

이 일이 아니어도 우리는 끊임없는 자재 구매와 조달, 구 건물 지하층 개조공사, 그리고 인부들의 작업에 함께 참여하며 이미 체력에 넘치는 일을 해오고 있었다. 집짓기 공사를 시작한 이래 부쩍 늘어만 가는 남편과 나의 흰 머리카락은 우리의 고된 행보를 시각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만 같았다. 체력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의지와 희망은 꺾이지 않았기에 계속할 수 있었고, 이 집을 완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