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사랑 가족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우리는 그날 정갈한 하얀 셔츠에 까만 에이프런을 두른 웨이터의 정중한 서비스를 받으며 점심을 천천히 즐겼다. 친구는 “나 자신에 대한 서비스야” 했다. 명절이 지난 후 복잡한 남의 집안타령을 듣는 것보다 훨씬 신선했다. 

나는 덩달아 그 초대에 파트너로 뽑혀서 즐거운 점심을 먹은 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명절을 보내려면 여자들의 노역이 힘든 게 사실이지만 여자들의 표정에 따라 가족의 분위기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른다.

명절은 핵가족이 모여 잠시 대가족이 되어보는 시간이다. 그 며칠 동안만이라도 관심과 사랑을 보이면 분명 뜻하지 않은 선물이 온다. 4촌이나 6촌이 넘는 사이가 만날 수 있는 시간에 덕담을 주고 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 아닌가. 형제끼리 잘 지내면 4촌 이상의 관계도 잘 지낼 수 있다.

이번에 느낀 거지만 젊은이들도 나이 든 사람들의 조언과 지혜를 필요로 하는 표정이었다. 각자 살아남기가 힘들고 세상이 각박해지니 잠시라도 대가족의 훈훈함이 그리운 것이다. 아무 데서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얼굴을 맞닥뜨려 만나서 얻는 정보만큼 정확하고 귀중한 게 없다. 

봄이 일찍 온 남녘의 따뜻한 마당에서 가든 파티를 즐기니 KTX로 갈까, 자동차로 갈까 생각하며 머리가 지끈 아팠던 것이 오히려 송구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