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요코

천국도 없고 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오직 위에 하늘만 있다고

생각해봐요.

노력해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오늘 하루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상해봐요.

소유물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봐요.

당신이 상상할 수 있을까요.

탐욕을 부릴 필요도 없고

굶주릴

필요도 없고

인류애가 넘쳐나요.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을 상상해봐요.

(존 레논 ‘이매진’ 中)

기이한 부조리극, ‘명절’

팔순의 어른에서 두살배기 증손주까지 4대가 모두 모인 설 명절 합숙기간 3박4일. 집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밤에는 겹쳐져 포개 자기가 불가피했다. 제사 준비는 물론이고 서른 다섯 대식구를 삼시 세때 먹여야 하는 ‘보급투쟁조’였던 우리는 차리고 치우고, 차리고 치우고를 미친 듯이 되풀이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맥이 빠져 창가 쪽 소파를 물끄러미 바라다보면 일 없이 심심해서 주리를 틀다가 읽은 신문을 또 읽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명절의 남자들이 거기 있다. 이른바 ‘천장지지조’. 명절은 이 두 팀이 벌이는 기이한 부조리극인 것만 같다.

이 땅의 명절 풍경에 더 이상 울화통을 터뜨리거나 변화를 외치기에도 지루해진 이번 설 복무기간(?) 동안 잠시 숨이라도 돌릴 시간이 오면 등을 벽에 숨기고 클라우스 휘브너가 쓴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를 읽었다.

여성은 세상의 검둥이

오노 요코는 영국 잡지 ‘노바’(NOVA)와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성은 세상의 검둥이다. 당신이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옆에 있는 여성을 쳐다보라. 여성은 노예 중의 노예다.”

이 말은 즉시 잡지 커버에 인용됐고, 이 말에 곡을 붙인 노래인 존 레논의 ‘Woman in the Negger of the World’가 온 세상에 울려퍼졌다. 한때 가장 비천한 존재의 대명사로 불리던 ‘검둥이’란 말이 아직도 인종과 국가를 불문하고 전세계 여성의 지위와 동의어란 말인가. 전 부치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존 레논에게 주술을 걸어 비틀스를 해체시킨 마녀, 해프닝의 여사제,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혁명적 전위예술가. 그에게는 교차된 비난과 찬사가 평생을 따라다녔다. 동양 여성이 미국이라는 무한경쟁 시장에서 자신의 예술로서만 오롯이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지난하고 가팔랐다.

요코가 위와 같은 급진적인 선언을 했다고 해서 당시의 페미니스트들이 그에게 녹록한 시선을 보냈던 것은 아니었다. 전투적 페미니스트들은 요코를 두고 돈 많은 연예인과 결혼한 기회주의적 야심가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요코의 퍼포먼스 ‘컷 피스’(Cut Piece)를 보면 여성의 신체에 대한 세상의 고정관념을 이토록 레디컬한 방식으로 명상하게 한 사례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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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오코의 퍼포먼스‘컷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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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피스(Cut Piece)

무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은 요코가 날카로운 가위를 관객에게 내밀며 누구든 무대로 와서 자신의 옷을 자르라고 요구한다. 관객 중 한 사람에 의해 삭둑삭둑 잘려나가고 찢어지는 옷들은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새디즘와 마조히즘을 자극한다. 옷이 거의 다 잘려질 때까지 요코는 먼 데 시선을 고정시키고 가만히 앉아 있다. 숨죽인 관음증과 무심한 노출증이 교차되고 이쯤 되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 없는 공조마저 느껴진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몸을 완벽한 무기력의 상태로 내주어 여성의 신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세상의 고정관념이 역설적으로 드러나도록 한다. 진행되는 내내 그의 표정은 사뭇 명상적이고 종교적이기까지 했다고.

베드 인 피스(Bed In Piece)

비틀스의 활동에 염증을 내던 레논은 요코의 개인전에 들렀다가 평생 찾아 헤매던 이상형의 모습을 한 검은 머리의 지혜로운 동양 전위예술가를 만난다. 레논이 요코의 예술세계에 감화되어 그녀와 함께 예술적 외도를 일삼게 되자 비틀스 멤버들은 곤혹스러워했고 열광하던 팬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세간의 반응에 아랑곳 않고 마치 그들의 앨범명 ‘두 동정녀’(Two Virgins)처럼 순수함과 무구함으로 자유롭게 예술 실천을 진행한다.

이들이 벌인 가장 유머러스하고 인상적인 이벤트는 결혼 직후에 암스테르담의 힐튼호텔에서 벌인 ‘베드 인 피스’(Bed In Piece). 그들은 암스테르담의 힐튼호텔 침대에서 일주일 동안 나란히 앉아있기만 했고 신혼인 두 사람의 공개적인 섹스를 기대하고 전세계에서 몰려온 기자들이 침대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그저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 침대에서는 음악과 정치행동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요코와 레논은 그들의 삶과 예술을 더욱 일치시켜가면서 실천적이고 정치적인 행위예술을 펼친다. ‘전쟁은 끝난다. 당신이 원한다면’이란 문구를 전세계 대도시에 나붙게 한 것도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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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남자’ 존 레논

둘의 결합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다시 방황을 일삼던 레논에게 요코는 그들의 비서를 애인으로 붙여 로스앤젤레스로 보냈다, 별거가 시작되었지만 오래지 않아 그녀의 의도와 예상대로 그는 돌아왔고, 함께 아들 션 타로를 낳았다.

돌아온 레논은 집에서 아이를 보고 밥을 하면서 육아와 가사의 기쁨을 알고 누렸고, 그동안 요코는 음반 사업에 몰두했다. 이들의 가장 아름답고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작업은 이 4년간의 프로젝트가 아니었을까.

이런 ‘이매진’

모든 남자들 잠든 사이, 신선한 제사상을 위해 당일 준비를 고집하시는 시어머니 영도 하에 잠을 설치며 나물 무치고 전을 지지던 가랑비 내리는 명절 전선의 새벽. 요코가 글을 쓰고 밥하던 레논이 노래한 ‘이메진’(Imagine)을 들었다. 함께 준비하고 함께 나누는 인간다운 인간들의 예의바른 명절을 ‘이매진’하다가 금세 다시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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