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좋은 여자와 나쁜 여자로 나누는 이분법은 아주 전형적인 여성 억압의 표현이다. ‘마리아-이브’ 이분법이라고도 한다. 성녀·동정녀·거룩한 모성의 상징 마리아와, 유혹과 욕정과 파멸과 타락의 단초인 이브를 구별짓는다. 마리아는 훌륭하고 좋으며, 이브는 천박하고 나쁘다.

전통적인 이분법의 시선으로 보면 여성의 발전은 나쁜 여자들이 번성한 결과로 이뤄진 것이다. 나쁜 여자란 가부장제 사회가 허용한 여자의 운명에 순종하지 않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자들이 성공을 위해서는 ‘나쁜 여자도 불사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뉴스가 관심을 끌었다. 내용은 여자들이 당당하게 성공하기를 원하고, 그런 의미에서 나쁜 여자 신드롬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85%에 달하는 압도적인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착한 여자-나쁜 여자’를 ‘마리아-이브’로 나누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곰과 호랑이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나쁜 여자들’의 계보는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로부터 시작한다. 컴컴한 동굴 안에서 사람이 되려고 쓰디 쓴 쑥과 마늘을 100일간이나 먹고 견뎌낸 곰은 인내와 덕성으로 무장된 조강지처의 원형을 이룬다. 반면 그 갑갑함을 못이겨 동굴을 뛰쳐나간 호랑이는 야생의 삶을 시작했으리라.

배고픈 자유를 선택한 호랑이는 넓은 산야를 맘껏 뛰어다니며 날 것을 사냥하고 야생의 고통을 이겨내면서 외롭지만 강하고 자유로운 ‘나쁜 여자’의 전형이 되었다. 부덕의 범주에 순종하지 않았던 호랑이과의 나쁜 여자들이 한국 역사에서는 줄줄이 자유를 누린 대가로, 욕망을 가진 대가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장희빈·정난정 등 사극의 여주인공들은 감히 권력을 욕망한 죄로 처참한 최후를 맞았고, 황진이·어우동 등의 성적인 자유를 구가했던 여자들도 신산한 삶을 살았다. 나혜석·전혜린 등의 자유로운 여성지식인들도 요절하거나 행려병자 같은 불쌍한 말년을 맞았다.

감히 금기에 도전한 ‘나쁜 여자’들에 대해서 가부장제 사회는 가혹한 응징을 내렸다. 이 여자들은 가부장제의 근본 질서를 위협하는 반란군 같은 존재이므로 조기진압, 일벌백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아직도 이런 나쁜 여자의 계보가 쓰여지고 있는가? 나쁜 여자들이 너무 많아져서 일일이 기록하기가 힘들어 보인다. 웅녀가 된 곰이 요즘 회고록을 쓴다면 “인간이 되어 보니 별 볼일 없었다”고 고백할 것 같다. 또 “산야로 뛰어나간 호랑이 친구가 그립다”고 토로하지는 않을까? 인내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고 숭고한 것인데, 한국 사회는 곰의 인내에 대해서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여자들이 조강지처 되기를 거부하는 건 물론, 결혼도 출산도 싫다 하고 이혼도 자꾸 하려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설문조사 결과는 나쁜 여자들이 ‘대세’라는 뜻이다.  대세가 된 이 여자들을 더 이상 ‘나쁜 여자’라 부르는 건 무의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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