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가치관 뚜렷…내색하지 않는 성품”

홍기 여사를 취재하는 과정에 그 여성을 가장 근접해서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 아버지 최규하씨가 전두환 신군부 등장과 관련된 정치적 악연을 역사에 묻어둔 채 떠난 사실은 자제분들로 하여금 부모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아직도 함구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께서 국무총리, 대통령을 할 시절에 그분들 3남매는 30살 내외의 나이로 해외근무, 해외유학 등 직장과 공부에 몰두하는 시기여서 한국 사정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국무총리 시절부터 대통령 기간, 퇴임 후 지난해까지 32년간 의전비서관 등으로 항상 옆에 있었던 신두순 선생을 만나 이야기와 자료를 보충할 수 있었다.

홍기 여사에 관해 신 전 비서관은 “남편의 지위에 따른, 부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은 모두 소화를 해내셨죠”라고 설명할 뿐이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았다는 표현이다. 정치적 영향력이 있었는가에는 “대통령이 괴롭고 세상 어지러운 거 다 아시겠지만, 그걸 내색하는 성품이 아니셨다” “그리고 어떤 말씀을 하셨어도 영향을 받을 분이 아니다”라는 점을 확고히 했다.

홍기 여사는 “옆에 계셔도 어렵고, 집안의 어머니 같고, 언제나 다소곳하시고, 꼭 한 발짝 뒤에 계시며, 늘 조용한 채 군살 붙이지 않고 하실 말씀만 하셔서” 여사에 대한 얘깃거리가 특별히 따로 없다는 것이다.

여사의 유교적 가치관으론 여성은 인종과 순종의 부덕을 닦고, 고도의 학문보다는 가내 범절을 도맡을 수 있는 교육을 받으면 되며, 자기를 죽이고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홍기 여사가 태어나기 10여년 전 이미 여성교육을 목적으로 여성단체들이 많이 조직되어 있는 사회 분위기였음에도 그를 정규 교육기관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 일가의 유교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대통령직에까지 이른 한 공직자의 부인인 홍기 여사의 면면에서 일맥상통하는 것은 ‘자제와 그림자 내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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