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뮤지션 다룬 뮤지컬 영화‘드림걸즈’
여성 뮤지션 다룬 뮤지컬 영화‘드림걸즈’
  • 남다은 / 영화평론가
  • 승인 2007.02.23 15:36
  • 수정 2007-02-23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타‘비욘세’를 능가하는
조연‘미운오리새끼’의 비상
백인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흑인 뮤지션들을 진출시킨 모타운(Motown)의 설립자, 베리 고디 주니어는 디트로이트 출신의 여고생 3명을 발탁한다. 메리 윌슨, 플로렌스 발라드, 다이애나 로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미국의 1960년대를 풍미했던 흑인 여성 그룹, ‘슈프림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쇼 비즈니스 세계는 언제나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외모와 목소리를 편애하게 마련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다이애나 로스에게만 집중되었고, 그룹의 이름은 ‘다이애나 로스 & 더 슈프림스’로, 나아가 로스의 탈퇴와 팀의 해체로 이어지게 된다.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8개) 후보작에 올라 화제를 모은 영화 ‘드림걸즈’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전작 ‘시카고’의 각본가로 이미 뮤지컬 영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빌 콘돈 감독은 이번엔 25년 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던 동명의 뮤지컬을 각색했다. 백인 중심 시장에서 활약했던 흑인 여성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쇼 비즈니스계의 어두운 이면뿐만 아니라 60년대의 정치적인 상황까지 아우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드림걸즈’에서 당대의 사회적 맥락이나 흑인음악의 역사는 한편의 뮤지컬 쇼를 위한 장식물로 전락하고 만다. 주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대한 환멸은 역사에 대한 시선으로 확장되지 않고, 뮤지컬 음악은 솔의 거친 매력을 매끈한 디스코 풍으로 다듬기에 급급하다.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와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절묘한 캐스팅이다. 다이애나 로스와 플로렌스 발라드는 극중에서 각각 디나 존스와 에피 화이트로 이름이 바뀐다. 디나 존스는 비욘세 놀즈가, 에피 화이트는 제니퍼 허드슨이 연기한다. 외적으로나 대중적 인지도의 측면에서 비욘세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다. 반면 제니퍼 허드슨은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탈락한 후 오디션을 거쳐 에피 역을 따낸 신인배우에 불과하다. 영화 속 이 두 여자의 운명과 실제 이들의 외적 조건, 위상이 묘하게 상호작용을 한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두 가지 전략을 품고 있다. 하나는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비욘세의 미모를 더욱 아름답게 부각시키는 것이다. 디나 존스가 팀의 리더가 되는 순간부터 카메라는 노골적으로 그녀의 고혹적인 얼굴과 몸매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드림걸즈’가 무대에 선 장면들은 대체로 디나 존스(사실은 비욘세) 혼자만의 초상처럼 보인다. 그것은 이미 검증된 비욘세의 유명세를 다시금 소비하는 것이다.

또 다른 전략은 영화 속 에피와 실제 제니퍼 허드슨을 겹쳐놓는 것이다. 우리는 에피의 고통을 보며 주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제니퍼 허드슨이 겪을 좌절을 상상해본다. 물론 잘 알려졌다시피 영화 속 그녀의 초라한 운명은 영화 밖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현실적으로 충분하게 보상된다. 동일한 외모, 그러나 상반되는 운명이 주는 카타르시스. 이를테면 에피가 팀 멤버들에게 버림받고 절규하는 가장 비참한 순간, 영화 밖의 제니퍼 허드슨은 비욘세를 압도하고 영화의 흐름을 자신에게 집중시킨다. 

디나 존스를 팀의 리더로 만들어준 외적 조건과 목소리는 백인과 남성들의 취향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보편적’이었다. 여러모로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에피는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의 제니퍼 허드슨은 그러한 몰락을 자신의 기회로 삼는다. 그녀는 비욘세와 정반대되는 위치에서 그 ‘보편’의 벽을 뚫고 자신의 꿈을 펼치며 비상하는 강인한 ‘미운 오리 새끼’다.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