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보증하 매년 방문비자 갱신, 국적 취득때도 남편필요

최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사건으로 불법체류자의 인권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불법체류자 수는 약 19만명. 이들은 적발됐을 경우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보호소에 구금됐다가 벌금을 물고 본국으로 후송조치된다.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은 산업연수생 기한인 3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국내에 남아있다가 불법체류자가 된 경우. 하지만 여성의 경우 결혼을 위해 이주했다가 불법체류자가 된 사례도 상당수다.

이주여성인권센터(대표 한국염)에 따르면 현재 국제결혼해서 한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8만명가량 되지만 국적을 취득한 여성은 약 10%에 불과하다. 남편들이 국적 취득 신원보증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여성은 매년 방문동거비자를 갱신해야 하는데 그 신청권이 남편에게 있다. 또 국적법에 따라 결혼 2년 후에는 국적을 취득할 수 있으나 이 역시 남편의 보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만약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 이혼을 하게 되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게 현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주여성들은 남편이 비자와 국적취득을 미끼로 신체·정신적 폭력을 휘둘러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5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주여성의 31%가 욕설과 폭언을 경험했으며, 구타와 부부강간 등 성적 학대를 당한 경우도 각각 26.5%, 2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국적법 및 국적업무처리지침의 개정으로 외국인에게 혼인 중단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내용의 여성단체의 확인서가 있으면 간이 귀화 허가신청서 접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정신적 학대의 경우 여전히 남편의 귀책사유를 밝히기는 어려운 실정. 또 여전히 많은 이주여성들은 현행법이 개정된 것을 모르거나 주위에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 그냥 가출하거나 이혼 후 귀화신청을 하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이주여성들은 돈을 목적으로 위장결혼을 하기 때문에 이를 견제해야 한다는 일각의 시각이 있지만 실제로 위장결혼을 하는 경우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대다수의 이주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삶을 영위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남편의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폭력도 가정폭력 범주에 넣어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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