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 60년대 일본소설 원작 그대로
‘외과의사 봉달희’ 삼각관계 속 ‘캔디형’

‘하얀 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는 병원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애정관계에 많은 비중을 뒀던 예전의 ‘무늬만 메디컬 드라마’와 달리 의사의 전문성과 병원의 실태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기도와는 별개로 여성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는 여성을 배제하거나 비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하얀거탑’. 마니아를 양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드라마에선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침마다 병원을 누비는 긴 회진 행렬에서도, 외과과장 선거에 참여한 수십명의 교수 무리에서도, 환자를 구하기 위해 병원을 뛰어다니는 의사 중에도 여성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얀 거탑’에서 여성이 드러나는 부분은 교수 부인들의 친목단체인 ‘연분홍회’, 그리고 주인공 장준혁(김명민)의 내연녀로 등장하는 와인바 주인 강희재(김보경)뿐이다. ‘연분홍회’ 회원들은 남편의 직업과 직위에 의해 자신의 지위가 결정되는 여성들. 이들은 남편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뒤로 선물을 건네고 골프 약속을 잡는 등 남성들의 권력투쟁을 답습한 뒷거래를 서슴지 않는다.

장준혁(김명민)의 애인이자 정보제공자로서 존재하는 강희재는 ‘안전하고 집착하지 않으며 도움까지 주는 섹시한 애인’이라는 이기적인 한국 남성들의 판타지가 만들어낸 인물이다. 전형적인 요조숙녀인 내과의 최도영(이선균)의 부인과 자기 주장을 말하는 듯하지만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하는 이윤진(송선미)까지, ‘하얀 거탑’의 여성들은 자신들의 의지보다 남편이나 아버지 등 주변 남성들에 의해 위치가 정해지는 들러리에 불과하다.

‘하얀거탑’이 ‘아줌마’ ‘장미와 콩나물’ 등을 만든,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는 안판석 PD의 작품이라는 점은 더욱 놀랍다. 권혁란 도서출판 이프 출판부장은 “남성들의 권력투쟁으로 얼룩진 ‘하얀 거탑’의 어디에도 여성들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면서 “드라마를 보고 의사 부인들이 집단항의를 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강도 높게 꼬집었다.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요원. © SBS
▲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요원. © SBS
실수 투성이 레지던트 봉달희(이요원)를 중심으로 한 성장 드라마인 ‘외과의사 봉달희’의 경우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등장하는 레지던트의 숫자에서나 주요 역할의 배분에서 남녀 비율을 맞추고 각 인물에 분명한 성격을 부여한 점도 캐릭터 구축에 신경 썼음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봉달희가 저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은 주인공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전문의 2명과의 3각관계에서 방황하며, 그들에게 의존하는 봉달희는 ‘캔디형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덜렁대지만 순수한 봉달희와 똑똑하고 얄미운 조아라(최여진)의 여성 캐릭터 선악 대립구도도 기존 드라마의 전형성을 답습하고 있다.

이들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여의사 캐릭터나 병원 현실에 대해 현직 의사들도 아쉬움을 표한다.

김숙희 한국여의사회 공보이사(김숙희산부인과 원장)는 “60년대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2000년대 한국 병원을 그린 ‘하얀 거탑’이 한·일 의료체계나 시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환자 앞에서 후배 레지던트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드라마 속 장면은 실제 병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 할 수도 있지만 전문직을 다루는 드라마는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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