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식 자기계발서’ 날개돋친듯 팔려
죽은 아내 앨리스의 인생교훈 6계명이 핵심

“인생이란 오래 담가둘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차와 같습니다. 우리의 만남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천천히 깊은 맛을 우려내기를 바랍니다”

경영 위기에 처해있는 회사, 일에 치여 소원해진 가족과의 관계로 힘들어하는 젊은 CEO 로저 앞에 어느 날 청소부 밥 아저씨가 나타난다. 지쳐있는 로저의 모습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 밥은 매주 차를 마시며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켰던 죽은 아내의 교훈 ‘앨리스의 여섯 가지 지침’을 들려준다. 밥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점차 마음을 열게 된 로저는 쓰기만 했던 녹차의 참맛을 알아감과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과 인생의 가치들을 깨닫는다. 그리고 밥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에게서 받은 지혜를 이웃과 동료들에게 전달한다.

11월 중순에 출간돼 2달 만에 20만부가 팔린 ‘청소부 밥’(토드 홉킨스․위즈덤하우스)이 베스트셀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출간 2주만에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 1달만에 3위에 오른 ‘청소부 밥’은 현재까지 꾸준히 5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사람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전달하는 자기계발서는 최근 베스트셀러 시장을 장악하는 인기 있는 장르지만 ‘청소부 밥’은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차별점을 갖는다.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투덜대지말고 기도하라 ▲배운 것을 전달하라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 등 밥이 얘기하는 여섯 가지 지침은 삶 속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지만 잊고 있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위즈덤하우스 측은 “‘성공하려면 ~해야 한다’는 식의 강요가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가족, 친구, 직장 등 일상속의 작지만 소중한 인생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어 독자에게 현실적으로 다가간다는 점이 성공 포인트”라고 분석한다. 인터넷 상의 감상문을 보아도 “저도 로저와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저에게도 밥 아저씨와 같은 분이 있습니다”라던가 “밥 아저씨와 같은 멘토를 만나고 싶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청소부 밥’은 최근 베스트셀러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스토리텔링식 자기계발서’의 전형을 보여준다. ‘스토리텔링’이란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면서 지식과 감동을 함께 전개하는 기법. 원래는 어려운 과학․인문 서적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용으로 쓰였던 방법이지만 최근 자기계발서에 도입돼 딱딱한 경제 이론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만 해도 ‘인생수업’(1위․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이레), ‘청소부 밥’(4위․토드 홉킨스․위즈덤하우스), ‘배려’(5위․한상복․위즈덤하우스) 등 3권이 포진하고 있을 정도다.

‘스토리텔링형 자기계발서’의 시초는 2000년 출간돼 큰 인기를 얻은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이다. 이후 ‘선물’, ‘마시멜로 이야기’, ‘핑’, ‘피라니아 이야기’ 등 이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며 자기계발서 시장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잡았다.

'스토리텔링기법'이 큰 호응을 얻게 된 것은 독자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어렵고 두꺼운 책을 기피하는 2030 세대 독자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한국인에게는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던 이야기의 추억이 남아있으며 이야기를 원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소설을 읽고 세상에 눈을 떴다면 21세기의 사람들은 이야기를 도입한 자기계발서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자기계발서는 읽을 때 각성의 효과가 있지만 유효기간이 길지 못한 편이므로 당분간 그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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