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농촌의 힘’ 여성

“아니, 빨리 가져 오라니께 뭐하고 있능 겨어!”

최씨 아저씨의 고함 지르는 소리가 이른 아침 들녘을 가른다. 내다보니 최씨 아저씨의 배밭에서는 ‘딱! 딱!’ 배나무 가지 쳐내는 소리가 상쾌하다. 아줌마에게 뭔가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꾸물거린다고 아저씨가 난리다. 누가 충청도 사람들 느리다고 했던가. 말만 느리지 성질 급하기는 대한민국 누구에게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뭘 시키면 막 돌아서는 사람 뒤통수에 대고 빨리 하라고 독촉이다. 아버지도 그랬고, 맘 좋은 동네 아저씨들도 다 똑같다.

아저씨 소리 지르는 것 들으니 정말 봄이 온 모양이다. 시골에서는 장애물이 없어서 그런지 소리가 아주 멀리까지 간다. 건너편 밭에서 두런거리는 소리도 또렷하게 잘 들린다. 이제부터 저 들판은 부부끼리 일하며 다투는 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 내게는 민요 가락처럼 들리는 정겨운 소리다. 씽씽 살아있는 소리다. 그런데 왜들 그렇게 싸우는지… 서로 도란도란 하면 좀 좋아? 우리 엄마 아버지도 일만 할라치면 억척스럽게 싸우더니…. 그런데 일을 해보면 서로 고집 부리느라 저절로 싸움이 벌어진다.

“아휴, 속 터져…. 그러고 꼼지락거리면서 언제 다 헐려구 그려어….”

좀처럼 줄지 않는 길고 긴 밭고랑, 마음 바빠 조금이라도 능률적으로 빨리 하려는 아줌마, 그 곁에서 세월아 네월아 흙 다지며 고르며 꼼지락거리는 아저씨….

“밭 두덕 더 넓게 해야지 안되여….”

“아, 뭘 안다구 그려어… 이만하면 충분하당게….”

그런데 이상한 건 대부분 여자들의 주장이 맞는다는 거다. 그러나 고집 센 아저씨들은 마누라 앞에서는 절대 ‘당신 말이 맞아…’ 하지 않는다. 나는 현씨 아저씨, 김씨 아저씨가 지난 가을 한 일을 알고 있다. 현씨 아저씨, 고추 쓰러지지 말라고 줄 맬 때 끝끝내 마누라 말 안듣고 자기 고집대로 하다가 마누라 장에 간 사이 다 다시 하는 걸 보았지…. 김씨 아저씨, 깨 추수할 때 밤에 비올 것 같다고 덮어야 한다는 아줌마 말 끝까지 안듣다가 저녁 먹고 마누라 몰래 나와 혼자 덮느라고 낑낑대는 거 다 보았지….

“마누라 말 들으면 손해 볼 것 없어!”

진리다. 아저씨들도 그걸 잘 안다. 그런데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두번 일 하는 걸 나는 여러번 보았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내가 관찰한 바로는 시골에서 정말 농사꾼은 여자들이다. 대개 아저씨들은 ‘큰 일’이라고 하는 힘쓰는 일, 땅 갈고 경운기 운전하며 무거운 짐 나르는 일을 주로 하는 반면, 아줌마들은 갈아놓은 땅에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잔 일’을 거의 혼자 다 한다. 그러니  씨앗이 싹을 틔우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속속들이 잘 알 뿐만 아니라 살림하고 애 키워본 요령으로 일의 두미를 남자들보다 훨씬 잘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참 안타까운 일은 이 잔 일 때문에 농촌여성 99%가 나이 들면 무릎 관절염에 허릿병으로 무지하게 고생한다는 거다. 평생을 쪼그리고 앉아 하는 일, 엄청난 일의 양, 억척스레 일해 가난한 살림 일으켜 세우고 자식들에게만큼은 최고 교육을 받게 한 이 땅 농촌의 어머니들이 업보처럼 달고 있는 직업병이다. 무릎은 구부러지고 허리는 앞으로 꼬부라지거나 뒤로 젖혀져 ET 걸음을 걸어도, 여전히 한 손에 호미 들고 밭으로 향하는 우리의 어머니들…, 그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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