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붕어빵과 초콜릿

지난주 나는 집에서 붕어빵을 맛있게 만들어 먹었고 이번 주말엔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멋지게 만들려고 잔뜩 벼르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많아? 왜 그런 것까지 해? -흉잡힐 것 충분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재미, 그리고 내 나름의 정성 들이는 작업이 좋아서다.

붕어빵은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 하지만 여름철엔 찾아볼 수 없기에 집에서 만들 수 없을까 오래 전부터 욕심을 내봤다. 그러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도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붕어빵 틀 찾아 20년’이라고 글을 쓴 적도 있지만 정말 오랫동안 찾아다닌 끝에 몇년 전 드디어 지금은 사라진 ‘까르푸’에서 일본 수출용으로 만든 2개짜리 붕어빵 틀을 발견했다. 그때의 기쁨은 우와… 환상이랄까? ^^. 값도 내 맘에 쏙 들게 9000원이었다.

나는 이 틀을 장만한 이후 물론 자주는 아니지만 생각나면 내 식으로 붕어빵을 굽는다. 호두를 잘게 썰어 넣어보기도 하고 지난주엔 쌀가루와 핫케이크 가루를 섞은 반죽에 잣을 넣어 만들어봤다. 단지 팥소 만들기가 귀찮고 어려운데 다행히 빙수용 단팥죽 통조림이 있어 그것을 졸여 썼다.

그 맛을 어디에 비교할 것인가. 그 자리에서 뜨겁게 호호 하면서 맛보면 혼자 먹기 아까워 친구들 얼굴이 떠오른다. 내 손으로 만들었다는 만족의 맛에다 남들과 나누고 싶은 즐거운 맛까지 더하니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하트 틀에 찍어낸 나의 초콜릿.
▲ 하트 틀에 찍어낸 나의 초콜릿.
이런 남다른 재미의 또 하나가 바로 나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이다.

난데없이 웬 서양풍인가. 게다가 그 나이에 무슨 사랑 놀음? 눈총받기 꼭 좋지만 나는 아니다. 우리의 절식(節食) 전통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싶다. 계절이 바뀌면 화전도 만들고 팥죽도 끓이면서 ‘이유’를 붙이듯이 여성들이 남성에게 대시할 수 있는 공식적인 날이라는 재미를 맛보고 싶다. 일상생활의 변화, 꼭 사랑 고백이어야만 하는가? 나는 3년 전부터 나의 초콜릿을 만들어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입니다”, 정성의 선물로 이용하고 있다. 내 식으로 재료를 섞어 ‘세상에 하나뿐인 초콜릿’을 해마다 여러 개 만들었다. 젊은 후배에게 미리 선물하면서 “남자친구를 공격하라” 격려했고, 동창 친구에겐 “남편을 감동시켜보라” 충동질도 했다. 나의 색다른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이다.

만들기는 너무 간단하다. 호두, 땅콩, 건포도, 그리고 요즘 흔한 바나나와 망고 말린 것 등을 잘게 썰어 초콜릿 녹인 것(전자레인지 또는 중탕으로)에 섞은 다음 하트형 틀(2000원)에 부어 모양을 만든다. 여러 재료가 뒤섞여 들어간 개성의 초콜릿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냉장고에 몇 시간 넣으면 굳어지는데 상품 초콜릿처럼 은박지로 싸서 예쁘게 포장하면 끝. 사랑스런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이다. 내 손으로 만들었다는 그 정성을 누가 당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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