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그릇 갖추고 서양식으로 화장실 개조

윤보선 4대 대통령은 영국에서 13년을 산 ‘영국 신사’였다. 게다가 명문가 출신이기에 격식과 안목, 품격을 중시하고 취향이 귀족적이었다. 반면, 지인들의 회상에 따르면 공덕귀 여사는 “성격 자체가 심플하고 대장부 같은 기질이 있는 데다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선 기꺼이 수용하는 편”이었기에 남편의 취향과 의견을 그대로 따라 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의전에 관계된 일들을 중요시하고, 서양 상류층 양식과 한국적인 양식을 같이 살리는 의식주문화 등 합리적인 문화를 강조했고, 그런 역할이 되게끔 영부인을 도왔다.

두 부부의 이런 협력작업은 현 청와대 문화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가령, 경무대를 ‘청와대’로 이름을 바꾼다든지, 가을철 등 풍광 좋을 때에 연중행사로 외교사절을 초청하곤 하는 것, 한국식 전통 분위기와 음식을 맛보이는 것 등이 바로 그런 예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청와대 화장실의 개혁. 윤 대통령은 서양식 정장 차림의 여성 방문객이 모자와 흰 장갑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탁자의 위치와 치수, 한국 수를 놓은 타월까지 지정할 정도였다. 당시 청와대에서 공 여사의 비서 역할을 했던 친척이기도 한 이은주 여사는 윤 대통령이 “레이디는 ‘파우더 룸’이란 데서 화장도 고치고 향수도 뿌리고 하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며, 청와대 안에 파우더 룸을 설치하고, 명실공히 파우더 룸이 되도록 신경을 썼다고 전한다.

경무대(청와대)로 들어갈 때 맞춰간 태극문양 그릇은 대통령이 됐을 때 직접 디자인하여 도기회사를 경영하는 동서에게 부탁해 장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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