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로 사망 속출에 따른 방지 조치
스페인 필두 퇴출 바람…남성 모델은 예외

세계는 지금 ‘말라깽이(stick-thin)’ 모델을 퇴출시키기 위한 거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사과와 토마토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던 브라질의 한 모델이 20세의 나이로 사망하는 등의 사건이 잇따르자 여성모델들의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한 거식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마른 몸을 가진 여성이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같은 퇴출 바람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지난해 마드리드 패션쇼에서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가 18(키 172㎝, 몸무게 53㎏ 가량, 세계보건기구는 BMI 18.5 이하를 문제 체형으로 봄) 이하인 모델의 패션쇼 출연을 금지시켰다. 또한 스페인 정부는 자국 패션업계에 ‘깡마른’ 마네킹을 철수시킬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2~3년에 걸쳐 스페인의 옷가게들은 쇼윈도에서 마른 마네킹을 철거하고 보다 ‘통통한’ 마네킹을 전시해야 한다. 또 스페인 정부는 거식증을 유도하는 인터넷 웹사이트도 강제 폐쇄시키는 등 강도 높은 처방을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와 패션업계도 지나치게 깡마른 모델의 캣워크(catwalk-패션쇼에서 객석에 돌출된 좁은 무대) 출연을 금지시키고 모델들이 거식증 등 섭식장애가 없음을 증명하는 건강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16세 미만의 모델이 패션쇼에 출연할 수 없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브라질의 모델들 역시 캣워크에 참여하려면 건강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영국 정부도 런던 패션주간(London Fashion Week)에 깡마른 모델들의 출연을 금지시켰으며, 영국 패션 의회(British Fashion Council)도 조만간 모든 패션 디자이너와 모델 에이전시에게 깡마른 모델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CFDA(미국 패션디자이너 협회) 역시 모델들의 건강을 위해 섭식장애가 있는 모델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 나이 어린 모델의 경우 정해진 시간 내에만 근무할 것,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는 음식을 섭취할 것, 흡연과 알코올 섭취는 금지할 것 등을 제안했다.

반면, 디자이너들과 패션모델들 사이에서 ‘깡마른 모델’ 퇴출 바람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태다. 선천적으로 마른 모델들에 대한 역차별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같은 ‘규제’ 위주의 처방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부작용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거식증이 패션모델업을 유지하기 위한 직접적인 원인인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마른 몸매 강박증’은 남성모델에게는 예외다. 로이터 통신은 남성 모델이 섭식과 몸매 관리에 있어서 여성 모델에 비해 압박을 덜 받는다고 보도했다. 남성 모델에게는 ‘건장한 젊은 남성’의 이미지가 요구되기 때문에 그들은 “적당한 가슴근육”을 키워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식습관에도 특별한 압박이 없이 자유로운 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성패션 시장이 여성에 비해 아직은 소규모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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