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갖춘 여성기업 전방위 지원 사격
2월부터 전국 지자체장 순회방문 나설 것

“임기 중 ‘우량 여성벤처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이들이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제안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25일 (사)한국여성벤처협회(이하 여벤협) 5대 회장으로 취임, 임기 2년의 첫발을 내딛는 배희숙(51) 이나루티앤티 대표는 ▲우량 여성벤처기업 발굴과 지원 ▲지자체별 여성기업 맞춤정책 제안 ▲이공계 여대생 멘토링 사업 ▲여성 CEO 협상(커뮤니케이션)능력 향상 교육 등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배 회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여성기업 제품에 가점을 주는 방식의 우대정책은 장기적 발전에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여성기업이 제품생산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단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여벤협은 여성벤처 모태펀드 100억원을 조성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여성벤처기업들의 숙원사업이었지만 막상 펀드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소수였다. 배 회장은 그 이유가 바로 “펀드자금을 지원받을 만한 ‘우량기업’으로 인정받는 여성기업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원천 기술력은 있지만 세밀한 기술적 지원, 마케팅력, 디자인 능력 등이 부족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아까운 후배기업에는 도움이 절실하다는 게 배 회장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 협회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협회는 중소기업청 등 소속기관을 통해 지속적인 제안을 해나가는 한편, 임원진 및 지역 회원들과 함께 2월부터 11월까지 지자체장들을 직접 방문할 계획이다.

배 회장이 기대를 걸고 있는 또다른 사업은 이공계 및 기술벤처 창업을 꿈꾸는 여대생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먹고 사는 것이 바쁜’ 여성 CEO들이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멘토’로서 시간을 할애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배 회장은 “여성기업가의 미래에는 여성 인재풀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지금 선배들이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할 부분”이라고 단언한다.

국내 벤처기업 중 여성기업 비율은 14% 정도. 그러나 경제규모 면에서는 3%에 불과하다. (사)벤처기업협회의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배 회장은 “정책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대부분 남성기업가들이다 보니 균형을 맞춰갈 필요가 있다”며 “보다 많은 여성들이 이 분야에 종사함으로써 이같은 노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배 회장은 신임 회장으로 중임을 맡게 된 올해 이나루티앤티도 한층 더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자신한다.

“회장직을 수행하며 개인사업을 등한시한다면 차기에 누가 협회의 ‘회장’직을 맡으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는 배 회장은 “5월 사옥을 마련하고, 해외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개인적인 포부를 밝혔다.

벤처업계에선 배 회장을 ‘항공모함’이라고 부른다. 배포가 두둑하고 추진력이 있기에 붙은 별명인데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선랜을 이용한 차량검지시스템’ 원천기술 보유기업의 창업자이며, 삼성전자가 선정한 우수협력사 중 유일한 여성기업인인 배 회장의 CEO 경력은 6년차에 불과하다.

부천대 비서행정학 교수로 재직 중 IT분야 개인투자가였던 배 회장은 “오래 관심을 갖다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라” 창업에 도전했다. 그리고 2000년 e러닝 교육프로그램 개발업체인 이나루닷컴 창업에 이어 곧 ITS(지능형 교통시스템) 기술 전문 벤처기업 이나루티앤티를 창업, 현재 모바일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용역 생산하기까지 지난 6년 동안 그가 연구·개발에 쏟은 시간만 총 4년이며, 전체 직원의 92%가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지난 6년간 100% 워커홀릭으로 살았다”는 배 회장. 그는 “지금 교수 시절보다 5배 정도 힘들고 5배 이상 행복하다”며 “여벤협 회장직도 100% 열정으로 행복하게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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