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구제 막히면 유엔에…위반 땐 정부 책임
성인지 예산제도·국내법 개정 등 숙제 풀어야

국내에서 대법원·헌법재판소 등 모든 법 절차를 거치고도 해결하지 못한 ‘성차별’ 문제에 대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진정을 낼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이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과제들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성인지 체감도 높이기와 성인지 예산제도 적극 활용, 국내법 개정, 홍보와 지원 등이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가 국내에 발효되기 6일 전인 지난 12일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논의된 과제 중 의견이 가장 많이 모아진 것은 “정부의 성인지적 체감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것.

신혜수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은 “차별을 가한 주체가 기업이나 개인이어도 결국 협약을 위반한 책임은 한국 정부”라며 “중앙은 물론 지방정부의 기초단위까지 성평등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성별영향평가 참여기관을 확대하고, 사법부와 입법부도 여성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판결과 입법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성인지 예산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선영 한국여성개발원 여성인권법제연구센터장은 “현행법상 구체적인 간접차별의 판단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끊임없이 차별이 재생산되고 있다”며 “특정 성에게 유·불리한 예산 집행을 방지해 여성에 대한 간접차별을 막을 수 있는 성인지 예산제도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법의 개정도 필수 관문 중 하나다. 김민기 서울 동부지방법원 판사는 “국내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협약 위반 판단을 내린 경우 이를 재심 사유로 인정하는 소송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 여성이 선택의정서의 내용을 몰라서 진정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단체가 홍보와 지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법도 움직인 ‘유엔협약’

우리나라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것은 지난 1984년이다. 그로부터 21년이 흐른 2005년 7월21일 대법원은 여성의 종중원 자격을 인정한 판결을 내리면서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직접 원용했다. 협약이 대법원 판결에 인용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김민기 서울동부지방법원 판사는 “그동안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국제인권법규의 적용과 해석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당시 대법원 판결은 협약이 재판규범으로서 적극적으로 활용된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도 1999년 12월23일 공무원 채용시험 등에서 제대군인에게만 가산점을 주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면서, 그 근거의 하나로 협약을 간접 인용했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인 1997년 IMF 당시만 해도 협약은 유명무실한 규정이었다. 농협에서 사내부부 여성 우선 해고가 발생해 당사자들이 성차별적 해고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에서 끝내 패소한 것이다. 당시 선택의정서가 발효되어 있었다면 유엔 제소가 가능했을 것이다.

앞으로 진정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은 KTX 여승무원 고용차별사건, 서울YMCA 여성회원 총회 투표권 배제사건, 부부강간 처벌 불가능 문제 등 세가지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서울YMCA 사건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2월 총회 결과에 따라 진정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법원이 NGO의 참정권 문제에 대해 개인간의 협약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는데 선택의정서를 활용해 국제기구의 조사가 진행되면 보수적인 NGO나 법원의 성차별적 태도 및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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