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계형 사회적 일자리 극소수
정부지원 일자리보다 대우도 괜찮아
평생직업 삼고 싶지만 기간짧아 섭섭

“내 몸 속에는 방귀가 있어요. 큰 소리, 작은 소리, 예쁜 소리~. 큰 소리는 뿡뿡뿡! 작은 소리는 퐁퐁퐁! 예쁜 소리는 피요옹~.”

“까르르~”

“자, 이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까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치던 아이들이 일순간에 조용해진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들은 이야기 선생님인 이경자(66)씨에게로 쏠렸다.

서울시 사당3동의 ‘사당 어린이집’.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30분에는 이씨가 진행하는 ‘동화듣기’ 시간이 시작된다. 이 시간이 되면 산만하던 아이들도 신기하게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다.

이씨가 이날 준비한 동화는 ‘참깨 가족의 채소대회 참가하기’. 커다란 장갑에 채소 모양의 예쁜 소품들을 하나씩 붙여가며 “내가 제일 잘났다”고 주장하는 이씨의 성대모사는 그야말로 일품. 마음에 드는 채소가 등장할 때마다 “난 사과” “난 호박” “난 참깨 가족” 등을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실제 대회를 방불케 했다. 이씨는 “수업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솔직한 ‘평가’야 말로 내 직업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지난해 (재)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 일하는 사회’에서 진행한 ‘기업연계형 사회적 기업-노인전통문화지도사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이 프로그램은 삼성그룹이 2년간 10억원의 후원을 연계중인 사업이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이씨는 교단에도 감원과 정년 감축 바람이 불던 지난 1999년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할 테니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려면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에 자신감도 있었지만 막상 어느 곳에도 그를 위한 일자리는 없었다.

퇴직 후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간병사’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3개월 만에 그만뒀고, 이후에는 ‘자원봉사’를 하며 각 구청의 ‘일자리’ 정보를 찾아다녔다. 지금의 일자리를 알게 된 것도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히 정보를 찾아다닌 발품의 결실이었다.

현재 이씨가 어린이집 3곳(한곳 당 주 2~3시간)에서 일하고 받는 월 임금은 총 40만원. 교재·교구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임금 현실화’가 절실하지만, 그나마 기업 기금이 투입돼 정부 지원 일자리(월 20만원)보다 2배나 많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급여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고용이 안정적인 기업연계형 사회적 기업으로는 ‘교보다솜이 간병사업단’, ‘포스코사랑나눔 무료간병사업’, ‘SK 결식이웃지원 도시락 급식센터’ 등 3곳에 불과하며, 삼성의 기금이 투입되는 ‘노인전통문화지도사’, ‘신나는 문화학교’는 기간제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이씨의 일도 2월이면 종료된다.

“사회적 일자리도 경력관리가 필요한 법인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이씨는 “지금 이 직업이 ‘평생직업’이 되길 희망한다”고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사회적 일자리’ 안정성·지속성 높인다

오는 7월부터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발효함에 따라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노동부는 22일 ‘2007년도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 설명회’를 갖고, 기업과 NGO가 연계해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연계형 사회적 일자리’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정부 세금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에만 6000명이 새로 일자리를 얻었다. 올해도 2배가 늘어난 1만2천명이 고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사업’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고용효과에 그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사회적 기업은 ‘기업’의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새로 창출된 수익을 재고용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독립적인 사회적 기업의 설립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일반 기업의 재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연계형 사회적 일자리’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NGO에서 제안하는 다양한 사회적 일자리 모델사업을 기업에 소개함으로써 더 많은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방침이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노동부 내에 설치된 ‘사회적 기업 육성위원회’의 인증을 받은 기업은 ▲법인세·부가세 감면 ▲고용·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부지 및 시설구입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한 직원 1인당 월 77만원의 인건비도 지원된다.

한편, 실업극복국민재단은 국내 최초로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한 아카데미를 신설해 현재 36명이 수강 중이며, 오는 3월부터는 부산에서도 아카데미를 열 예정이다. 오는 3월 말쯤에는 서울과 전라도, 경상도 3개 도시에서 제1회 사회적 일자리 박람회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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