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이젠 특별한 날 ‘특별한 옷’ 아쉬움

색스런 옛 한복이 아름답고 그립다.

아, 나도 한번 저렇게 입고 싶은데 언제 어디서 입지?

지난 8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여성신문사 신년 하례식, 입구에서 손님을 맞는 김효선 사장의 한복차림이 너무 신기해 한참동안 주변을 돌면서 “예뻐요”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여성신문사에서는 이날 행사에 임원들이 한복을 입기로 했다는데 손님으로 간 입장에선 옷으로 대접받은 기분을 맛봤다. 괜히 내가 귀한 손님이 된 것 같았다. 한복이 한국사회에서 이렇게 귀한 옷이 됐구나 새삼스레 실감했다.

그렇다. 어느새 우리의 옛 일상복이 결혼식이나 행사장의 예복으로 자리잡아 ‘특별한 옷’이 돼버렸다. 물론 생활한복이 ‘우리 옷’으로 퍼지고 있긴 하지만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한복에서 멀리 떠나온 지 오래다. 나부터도 어렸을 때 명절 때때옷으로 입어본 기억이 희미하게 있을 뿐 지금까지 한복을 입어본 것은 통틀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재작년인가, 앙코르와트를 찾았다가 캄보디아에서 한복 두루마기를 발견하고(북한에서 수출한 것) 사들고 왔었다. 양장 위에 코트처럼 입고 싶었는데 그해 가을 한 출판기념회에 이 빨강 두루마기를 입고 나들이를 해봤다. 그것이 아마 내가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한복을 입고 외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록 나 자신 한복 입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날 행사장에서처럼 곱게 차려 입은 경우를 볼 때마다 정통 한복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 얼마 전 TV 드라마 ‘황진이’의 그 아름다운 한복 색깔과 실루엣에 감탄하면서 ‘왜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까맣게 멀리 했나?’ 새삼 한복 입는 분위기가 아쉬워졌다.

지금 집집마다 잠자는 한복이 얼마나 많을까? 결혼 때 저마다 한복들은 마련하지만 아마 거의 대부분이 장롱 속에 파묻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짐 정리를 했다면 으레 “안 입는 한복을 처분했다”고 하는데 이 얼마나 큰 한국적인 낭비인가.

만일 한복 입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좀 더 다양하게 패션을 즐기며 우리들의 생활까지 색스러워질 터인데….

여성신문사 행사장의 한복차림을 보면서 여성계 친지들이 “한복 입는 모임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등 아름다운 우리 옷을 어떻게 자주 입을 수 있을까 얘기들을 나눴다.

우리 집에서 잠자는 한복을 한번 깨워볼까, 나는 우선 나의 한복들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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