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도 잠깐 조급함 앞서

겨울도, 봄도 아닌 그런 날씨였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지만 겨울의 미련이 아직 남아있는 그런 4월 하순 어느 날, 우리는 소박한 모습의 이 집으로 이사를 했다.

낙영(落影)된 듯한 모습의 이 집에 활기를 부여하고 기능을 더 부여하며 새로이 단장함이 남편과 내게 주어진, 소망과 계획을 이루는 우리 삶 속의 하나의 공동 작업이란 느낌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동네에 깃든 한적함과 평온함은 왠지 모를 포근함을 내게 주는 좋은 느낌 그대로 우리를 맞았다. 이웃 됨을 반기며 인사하는 바로 옆집 중년 부부의 인상 또한 동네의 이미지와 다를 바 없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정원의 자연들은 여전히 작년 가을, 계절의 연령을 다해 벌거벗은 모습 그대로인데 그 와중에 이곳저곳에 노랑, 보라 등의 작고 여문 모습의 이른 봄꽃들이 피어 있지 않은가! 아직 설 녹은 땅 속에서 어렵게 훈기를 얻어 일찌감치 꽃을 피우는 성미 급한 작은 알뿌리 꽃들이었다. 그들의 모진 생명력과 투지만큼이나 그들의 모습은 천연의 아름다움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삿짐 중 어떤 것은 대충 자리를 잡고 반 정도는 풀지도 않은 채 적당한 공간에 쌓아 둔 후, 남편과 나는 이 집에 대한 증축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마음이 조급했다. 집을 건축하려면, 이를테면 자료 조사와 관계 허가 취득 등과 같은 절차상 여러 일이 진행되어야 하고 절차 가운데 결코 짧지 않은 기다림이 있으므로 서두르지 않으면 금방 겨울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웨덴에서의 삶은 한국과 같이 “빨리, 빨리”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고 모든 면에서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여름 7, 8월 동안엔 많은 사람들이 평균 한달 정도 휴가를 떠나므로 모든 기관의 업무처리 속도는 완연히 느리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속도를 붙일 수 있는 것은 재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임을 우리는 감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해당 관청에 증축에 대한 모든 정보를 문의했고 서류절차를 위한 자료도 준비했다. 그리고 용도와 편의를 생각하며 대략의 설계도를 그려 보기 시작했다.

먼저, 개축될 건물 구조는 현재처럼 반지하의 복층 구조로 할 것인가, 아니면 반지하를 배제하고 지상층과 2층의 구조로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그리고 일자형 건물이 될 것인가, 아니면 T자형 구조를 이룰 것인가, 그리고 목재건물이 될 것인가, 벽돌 건물이 될 것인가도 문제였다. 그 결정 이후에야 구체적인 설계도가 작성되고 그에 따른 개략적인 건축비용 견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건축의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앞으로 충당될 증축비용에 대한 고려이다. 개략 견적에 따른 은행 대출 여부와 한도, 그에 따른 우리의 경제적인 부담의 한계를 계산해야 되는 것도 우선 고려될 것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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