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재를 시작하며

인터넷 정보기술과 생명공학 등 과학기술의 급성장으로 21세기의 한 사람이 겪게 되는 변화는 인류가 지난 수천년 동안 경험해온 것보다 훨씬 크고 급격하다. 기술혁신에 의한 물질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생활양식과 언어 및 가치관 같은 삶의 트렌드에서의 변혁은 사람들의 상식을 훌쩍 뛰어넘고 있으며, 야기되는 결과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이는 개인은 물론 한 사회나 국가가 직면해야 할 도전이지만 동시에 급진적 도약을 위한 분명한 기회이기도 하다.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과로 꼽히는 상대성 이론을 주창한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창조성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21세기 서두에 출간된 리처드 플로리다의 ‘창조적 계급’에서는 인간의 창조성이야말로 핵심적 경제자원으로, 창조지향 사회가 지식기반 사회 다음으로 도래할 것임을 예측했다. 2002년에는 노벨상 수상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특별전시회가 ‘창조성의 문화:개인 혹은 공동체’를 대주제로 내걸고 세계를 순회했다.

과학문화는 ‘과학을 위한 문화’이기도 하고 ‘문화를 위한 과학’이기도 하다. 과학문화는 과학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와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과학적 가치가 확산되고, 과학의 제반 활동들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또한 과학문화는 과학을 문화의 중요한 자원으로 정착시킴으로써 일반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과학지식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하고 나아가 과학이 대중적 여가활동으로 향유되도록 하는 것이다.

17세기에 뉴턴의 만유인력 발견으로 근대과학이 탄생한 이래 세계를 리드해온 선진국들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의 합리적 문화나 미국의 경제적 풍요 뒤에는 개인과 사회의 창조성의 풀을 확대하고 과학기술의 도전에 응대하면서 과학기술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이들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때로는 민간의 NGO가, 또 때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과학기술이 사회문화 전반에 널리 뿌리내리도록 애썼던 과학문화의 생생한 역사가 있었다.

과학문화를 확산하는 제일 쉬우면서 먼저 사용된 방법으로는 대중 과학강연을 들 수 있다. 일례로, 오늘날 영국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은 과학강연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가난한 책 제본업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해 ‘전자기 유도 현상’을 발견한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시작한 이 강연은 과학실험 쇼였으며, 특히 19세기 어린이들과 젊은 여성들의 시대적 상상력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9세기에 설립된 과학박물관이나 20세기 후반의 과학센터는 강연이나 이벤트가 갖는 한시성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활용할 수 있는 과학문화 최적의 공간으로 떠올랐다.

영국의 런던 과학박물관, 독일의 도이체스 박물관, 프랑스의 라빌레트관, 호주의 퀘스타콘, 캐나다의 온타리오 사이언스 센터, 일본의 미래과학관은 각 국가의 대표적인 과학관이다.

사람들은 과학관에서 과학기술이 가져왔고, 또한 가져올 빠른 변화를 감지하고 공유하면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은 직접 체험을 통해 과학적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과학에 내재된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나아가 사람들은 과학적 창조성이 발휘된 선례들을 통해 미처 깨닫지 못하던 자신의 창조성을 발견하거나 발견한 창조성을 발현하는 기회도 갖게 된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유럽연합은 고도의 지식기반사회로 나아갈수록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 ‘경제발전’, ‘사회통합’, 그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들었다. 그러면서 해답은 바로 ‘과학과 사회의 대화’, 즉 과학문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국가연구개발비에 ‘과학문화활동비’ 항목을 신설하여 과학문화 확산의 세계적인 모범을 보이고 있다.

우수한 정책이 현명한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소개될 세계의 과학문화 시리즈가 그런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세계 과학문화사업의 새로운 추진방향

■ 청소년 위주의 과학기술

   → 모든 연령층으로 대상의 다양화

■ 기존과학기술의 이해(PUS)

   → 진행중인 연구개발의 이해(PUR)와 참여(PPS)

■ 단일 미디어를 통한 일회성 접근  

   → TV, 인터넷, 신문 등 매스미디어를 통한 다회성 접근

■ 학습중심의 전시형 과학기술

   → 레저·예술과 결합된 감동형 과학기술

■ 일방적인 계몽 및 보급

   → 대중과의 피드백을 통한 쌍방향 대화

■ 과학기술의 긍정적 측면 위주

    → 역작용을 포함한 균형적 시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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