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마구 규제 집값 잡으려다 서민 잡아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가계신용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과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이어, 유동성 축소를 위한 본격적인 금융규제가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종 금융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까지 맞물릴 경우, 집값이 일시에 하락해 가계발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을 흘려들을 수는 없는 시점이다.

유동성 축소를 위한 본격적인 정부의 금융규제라 하면 역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들 수 있을 텐데, 언론이나 금융기관에서 이 두 용어가 나올 때마다 그저 ‘규제가 강화되는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보다는 그 뜻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우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보자. LTV란 ‘Loan To Value ratio’의 약자로, 단어 각각의 의미 그대로 담보가치(Value) 대비(To) 대출(Loan)의 비율(ratio)로 이해하면 된다. 다시 말해 LTV란 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로서,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은행에서 그 집의 자산가치를 얼마로 보고 최대로 대출해줄 수 있는가의 비율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40%라면 시가 7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최대 2억8000만원까지만 대출해주는 식이다.

LTV 규제는 해당 주택 담보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소득이 없는 사람도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소득이 없는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 방지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DTI, 즉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DTI 역시 글자 그대로 해석해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DTI는 ‘Debt To Income ratio’의 약자로 소득(Income) 대비(To) 부채(Debt)의 비율(ratio)이다. 돈을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 즉 소득을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한다는 점에서 주택 가격에 비례해 대출을 해주는 LTV와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부채의 연간 이자 상환액을 합한 금액이 연간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연 소득 5000만원인 A씨가 7억원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할 경우, 앞서 말한 대로 LTV 40%를 적용하면 7억원 대비 40%인 2억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DTI 40%를 적용하면 대출 가능한 금액이 줄어든다. 연 소득 5000만원 대비 40%인 2000만원을 원리금 상환하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에 1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기타 부채 없이 이자율 6% 고정금리)으로 할 때, A씨는 1억5000만원 가량만 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LTV-DTI 규제를 양대 축으로 부동산 투기에 쐐기를 박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연초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집값을 잡으려고 지나친 돈줄 죄기에 나섰다가 집값이 폭락할 경우 가계 신용경색 쮝 소비 위축 쮝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규제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과거 일본이 대출총량규제를 비롯한 규제들을 일시에 추진하면서 주택가격이 급락했고 그 여파로 장기불황에 시달렸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교각살우’의 우를 우리가 범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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