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동 의원 “인터넷 유포·방치는 정치적 조작” 명예훼손 고소
강경희 사무총장 “여성재단 명예훼손…무고죄로 맞고소할 것”

지난해 5월 여성 종업원의 몸을 만지는 ‘술자리 동영상’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동영상 인터넷 유포 방치 혐의’로 여성단체를 고소해 물의를 빚고 있다.

박계동 의원은 지난해 11월8일 처음 동영상이 게재됐던 한국여성재단의 강경희 사무총장과 이를 첫 보도한 노컷뉴스 기자 2명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아직 신상정보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몰래카메라를 촬영하고 인터넷에 처음 올린 사람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박계동 의원실이 밝힌 고소의 가장 큰 이유는 “몰카를 촬영하고 이를 올린 범인을 잡겠다는 당시 국민(언론 인터뷰)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박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진범을 잡기 위해서는 아이피 주소가 필요한데, 여성재단 측이 동영상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아이피를 따로 저장해놓지 않아 부득이하게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소 없이 경찰에 직접 아이피 추적을 의뢰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건에 밀려 우선순위로 처리되기 어렵다는 것.

이 보좌관은 “현행법상 성범죄와 관련한 몰래카메라가 아니면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건 이후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며 “의원님의 사건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판단했고 몰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진범을 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범인이 잡히면 고소를 취하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 보좌관은 “여성재단 홈페이지에 동영상이 제일 처음 올라갔고, 이를 통해 유포돼 결국 언론에도 보도됐다”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홈페이지가 아닌데도 동영상이 올라가고 유포된 배경에는 정치적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고소를 당한 강경희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은 “여성재단이 고의적으로 동영상을 올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소한 것 아니냐”며 “박 의원이 (아내가 여성단체 중견활동가이기에) 여성단체에 문외한인 것도 아닌데 굳이 고소로 대응한 점은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고 반박했다.

동영상 게시자의 아이피 주소를 알아내고 몰카 촬영에 대한 법 개정을 위한 것이었다면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추적을 의뢰해야 했다는 것. 강 사무총장은 “지난해 5월 사건 직후에도 게시물 삭제로 아이피 주소를 알 방법이 없으니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하라고 안내한 바 있다”며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도 고소부터 한 것은 의도가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사무처장도 “자신의 잘못은 사과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 양 고소를 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힐난했다.

앞서 지난 12월29일 여성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연합·한국성폭력상담소·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5개 여성단체는 “반년이 지난 지금 고소를 한 것은 박계동 의원이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공식 사과와 고소 취하를 촉구한 바 있다.

강 사무총장은 “여성재단은 그야말로 민간지원을 모아 배분하는 곳이기 때문에 기업이 가장 큰 파트너”라며 “이번 고소로 여성재단의 명예가 실추된 만큼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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