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 평화 · 나눔 등 미래지향적 요소 다분
미국선 '대안 리더십' 으로 남성들도 필요성 공감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내가 어느 조직에서 일하든지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리더’로 활동하고 싶어요.”

 경남 창원시가 주최한 ‘차세대 여성지도자 여대생 캠프’에 참가한 박수빈양(창원대 영문학 3)은 지금까지 무려 5곳이 넘는 리더십 관련 강좌 및 캠프에 참가해 왔다. 지자체에선 드물게 창원시가 올해 처음 여대생 대상 ‘여성 리더십’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는 바로 ‘지역사회 발전을 주도할 여성 인재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창원시청 여성아동과 김미경씨는 “아직도 ‘순종’이 여성의 미덕으로 인식되는 지방에서 여성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지역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도적 책임의식’과 ‘자부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을 점치게 하는 대선후보 ‘세골렌 루아얄(푸아투샤랑트 지방의회 의장)’을 지지하는 프랑스 국민 중 상당수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미래를 이끌어줄 지도자로 ‘여성’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 ‘여성’이 아닌 ‘여성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가 21세기 글로벌 리더십으로 주목하고 있는 ‘여성 리더십’이란 과연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여성 리더십은 남성 리더십의 상반된 개념이 아니며 여성만이 갖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유니세프 아프리카  기아 아동 구호활동에 헌신한 오드리 헵번.
▲ 유니세프 아프리카 기아 아동 구호활동에 헌신한 오드리 헵번. ▲ 가족법 개정운동을 주도한 고 이태영 박사.

 여성 리더십은 ‘여성’의 장점 즉, ‘포용’과 ‘배려’, 그리고 ‘돌봄’이 공격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남성 리더십의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미래지향적 에너지를 창출하는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단순히 ‘감수성’, ‘섬세함’, ‘그림자’ 등 수동적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최근 ‘미래기업의 기준 지표’를 개발·발표한 김영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6대 기준지표에 ‘여성 리더십 함양’을 포함시켰다. 김 부연구위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사회)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책과 구체적 행동을 취하는 데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강하다”며 “기업의 경우 막강한 권력을 소유한 (대부분 남성인) 최고경영자가 존재하지만 이들은 이미 여성 리더십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난한 자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 연합뉴스
▲ 가난한 자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 연합뉴스
 우리보다 일찍 이를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은 여성 리더십을 ‘대안적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세계 7위의 선박재보험회사 Chubb의 켈리 부회장은 미국 내에서 ‘여성 리더십’을 조직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리더’로 꼽힌다. 10여년간 영업관리담당으로 일하며 목표와 성과중심적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언뜻 남성 리더십의 소유자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6명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조직원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채워줌으로써 직원의 역량을 키워내고, 동시에 기업의 ‘지속성’을 유지케 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고유한 특성인 ‘키움(돌봄)’의 덕목이 조직 전체의 생명력을 어떻게 유지시키고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빈자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아프리카 기아 아동을 위해 헌신한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 , 지난해 월 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올해 주목할 만한 여성’ 1위에 오른 ‘멜린다 게이츠’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회장, 한국 최초의 여성과학기술인으로 폐결핵 퇴치를 위한 크리스마스실 탄생의 배경이 된 김점동(박에스더), 여성평화운동의 씨를 뿌린 이우정, 최초 여성 변호사로 여성 권익을 위한 가족법 개정운동을 밀고 나간 이태영 박사의 공통 키워드는 바로 ‘공익과 봉사’다.

 전세계가 눈에 보이는 이익 창출에 골몰하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이들은 바로 여성 리더십의 강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여성 리더십은 기업을 떠나 지역사회, 국가, 글로벌 사회의 생존을 좌우할 리더십이라고 단언한다. 여성 리더십을 ‘섬김’, ‘평화’, ‘나눔’으로 설명하는 구명숙 숙명여대 리더십개발원 원장은 “개인이 아닌 전체, 경쟁이 아닌 조화, 이용이 아닌 도움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이 바로 여성 리더십의 주요 덕목”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리더’라는 기회의 문앞에 서있는 3040 여성들의 목표가 단지 ‘임원’이 되는 것에 머문다면 이것은 단지 ‘승진’일 뿐 ‘성공’은 아님”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소수의 여성들이 가부장적 남성 리더십으로 무장한 ‘명예남성’으로 고위직에 오른 경우는 있었지만 우리가 이들을 진정한 리더로 기억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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