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스톡홀름으로부터 스웨덴과 유럽 대륙을 연결해주는 기간고속도로 “E4”를 타고 남쪽으로 20km 흐르다 우회전하면 차량이 한산한 스웨덴의 옛 국도로 들어선다. 양방 2차선의 도로를 끼고 크고 작은 평야, 숲, 호수, 그리고 한적하게 위치한 각색의 집들이 그 흐름을 이루고 있다. 그 도로로 접어들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의 하나로 바이킹 시대 이후 이 땅 역사의 밝음과 어둠을 모조리 지켜본 유서 깊은 건물이다. 자연석으로 지은 소박한 이 교회 건물을 에워싸고 넓게 자리잡은 고적한 묘지정원(나는 이렇게 부르고 싶다)에는 다양한 모양의 결코 화려하지 않은 비석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데,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그 모습은 스웨덴 사람들의 성품을 연상케 하곤 한다.

한 겨울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같다.
▲ 한 겨울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같다.
그 교회로부터 전방 200여m부터 우리 동네가 시작된다. 국도보다 은근히 높은 위치에 있는 우리 동네는 자동차 한대가 지나갈 만한 길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30여채의 집들이 줄지어 있으며, 그 배열은 국도와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동네 집들은 마을 도로를 끼고 줄지어 2채씩 서로 마주보며 위치한다. 마을의 끝자락은 인근 숲과 맞닿아 있는데, 그 곳은 사슴 등과 같은 날짐승들의 서식처가 되기도 하고, 여름엔 무르익은 블루베리가 동네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서로 2채씩 마주보는 집들의 배열은 이웃들 상호간의 접촉을 용이하게 해주고 동네사람들이 스스로 하는 자치경비(도난 등으로부터)에도 유익하다. 우리 동네는 매년 6월 중순쯤 바비큐 파티를 열어 이웃 간에 친교시간을 갖기도 한다.

동네 집들의 색깔과 크기는 다양하나 공통점은 모두가 목조집이라는 것이다. 스웨덴에는 목재가 풍부함에 그 연유를 두고 있다. 오랜 시절 스웨덴에는 오늘날 그들의 전통집이라 불리는 “흑적색 목조집”이 대부분이었으나 다양한 기호를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은 스웨덴 사람의 색깔에 대한 입맛을 바꾸어 놓았다. 

동네 중간쯤에 위치하는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 국도와 인접한 평원과 그 뒤편의 숲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야말로 사계절의 다양한 색감을 가진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입지에 있다. 외관 구조는 수직으로는 반지하층과 지상층으로 나누어진 2층 건물이고 수평으론 T자형 건물 구조다. 하지만 경사진 대지 위에 세워진 건물이라 앞 정원에서 바라다보면 1층 건물로 보이고 국도 쪽에서 올려다보면 2층 건물로 보이는 셈이 된다.

국도 쪽에서 올려다본 우리 집의 외관.
▲ 국도 쪽에서 올려다본 우리 집의 외관.
집의 외관 전체는 상아색으로 채색되었고 그 위로 짙은 잿빛의 기와지붕이 이어져 있다. 지붕 각 면의 처마 밑과 집 외곽의 각 모서리에 위치한 흰 빛의 물받이들, 그리고 사방 면에 정렬되어 있는 크고 작은 사각, 원형 그리고 반달형의 흰 창문들이 그 단조로운 상아색 몸체에 선을 긋고 색을 가미하며 입체감을 주고 있다. 건물 주변은 여러 과실나무와 어우러진 정원, 잔디밭, 그리고 공사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나대지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이 바로 지난 2년여 동안 우리의 땀과 시간의 구슬을 꿰며 이뤄놓은 독특한 우리만의 삶의 공간이다. 외관으론 다른 여타 집과 별반 다를 것 없지만 우리의 눈길이 닿는 집의 구석구석마다 애착과 정이 묻어 나오는 아주 특별한 공간임을 우리는 확인하고 또 확인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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