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킴 콘서트에 가다!

나는 쉰여덟살, 시골 아줌마다. 가끔 아이들은 할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요새 무척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 최근 그의 새 앨범이 나왔다. 물론 나오는 날로 달려가 CD를 샀다. 좋은 가수의 노래를 오래오래 듣기 위해서는 뭔가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그 가수가 12월23일 서울에 있는 장충체육관에서 새 앨범 기념 콘서트를 한단다. 너무너무 가고 싶다. 그런데 몇 가지 이유가 나를 망설이게 한다.

이유를 들자면 첫째. 콘서트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한장에 7만원이다. 물론 가장자리나 뒷자리 싼 것도 있지만 기왕 간다면 맨 앞 로열석에서 보고 싶다. 둘째로는 콘서트가 끝나면 9시는 되는데 서울에서 예산행 마지막 기차가 오후 8시50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 내가 좋아하는 그 가수는 태진아도 아니고 나훈아도 아니고 패티 김도 아닌 힙합 가수 바비 킴이라는 거다. 틀림없이 젊은이들로 가득 찰 콘서트 장에 웬 시골 할머니가 혼자 끼여서 분위기를 깰까 염려가 된다.

그러나 나도 못말리는 내가 아닌가? 하고 싶은 것은 해야 된다. 공연 티켓+차비=10만원? 1년에 한번 나를 위해 그만한 돈쯤은 써도 된다. 내가 화장품을 사나, 옷을 사나, 구두를 사나…. 막차? 그것도 방법은 있다. KTX를 타면 된다. KTX는 막차가 11시쯤이니 여유만만이다. 문제는 제일 가까운 역이 예산에서 1시간 거리인 천안아산역이라는 것인데 요새는 농한기라 시간은 많다. 마지막 걸림돌, 힙합 가수 콘서트에 홀로 가는 할머니라…. 뭐 처음도 아닌데…. 사실은 지난해 콘서트에도 갔었다. 그것도 홍대 앞에서 하는 스탠딩 콘서트였다. 그날도 막차 타고 내려오느라 뛰고 또 뛰었지. 아, 그리고 티켓을 인터넷 예매로 샀는데도 불구하고 표 안내고 들어갔다는 사실. 표 받는 사람이 가수의 이모쯤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표 받을 생각도 안하더라.

 어쨌거나 난 12월23일 오후 6시 장충체육관에 있었다. 사인 받을 CD에 카메라도 챙겼다. 공연장 앞에서 야광봉도 하나 샀다. 나는 로열석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드디어 바비 킴 등장, 콘서트 장은 팬들의 환호성, 열광의 도가니였다. 나 역시 가슴은 뛰고 어찌나 감동이 밀려오던지….

‘노래 정말 잘 한다. 오길 잘 했지. 안 왔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거야.’

두 시간 반에 걸친 공연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요새 어린 여자아이들, 좋아하는 가수들 숙소 앞에서 밤을 새우고 난리 치는 것 나는 다 이해가 된다. 사실은 나도 그러고 싶으니까. 단지 기운이 달려 못하는 거지. 오늘도 기차 시간만 아니면 기다렸다가 CD에 사인 받아오는 건데 어찌나 아쉽던지…. 가슴 가득 감동을 안고 밤 10시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 자정이 다 되었다. 나는 바비 킴의 미니홈피에 들러 인사를 남겼다.

“언제나 최고! 그대로 인해 오늘 너무 행복했습니다. 바비 킴을 사랑하는 시골 할머니.”

2006년은 하루하루가 참으로 아름다웠던 날들이었다. 향기로운 흙의 냄새, 예쁜 씨앗들, 식물들이 전해주는 순수한 마음들, 이런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게 느낄 줄 아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그리고 아직도 좋아하는 가수를 멀고 먼 길 쫓아가 만나고 싶어하는 열정이 남아 있으니 그 또한 복 받은 사람이 아닌가.

이제 2007년, 여전히 아름다운 날들이 나를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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