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의 투지·한비야의 적극성이 여성들의 롤 모델

지난 한 해 미디어를 통해 ‘여성이라면 누구나 S라인의 몸매를 닮고 싶어 한다’고 강요(?)당해온 한국 여성들. 하지만 우리 여성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단지 ‘S라인의 몸매’로만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장미란
▲ 장미란
국가대표 역도선수 장미란(23)씨. 그가 수백㎏의 바벨을 들어올릴 때마다 인터넷엔 그의 얼굴을 보려는 누리꾼으로 붐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로도 불리는 그의 매력은 바로 강인한 체력과 불굴의 투지다. 성형외과 전문의 남궁설민씨는 미학칼럼을 통해 “힘을 주는 여자, 장미란의 미소는 어떤 배우의 미소보다 아름답다”며 그래서 “크고 힘센 여자’를 쉽게 웃음거리로 만드는 한국 사회에서도 그를 헐뜯거나 질투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 없다”고 역설한 바 있다.
한비야
▲ 한비야
‘닮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에 반드시 이름을 올리는 긴급구호활동가 한비야(월드비전)씨도 S라인 내지는 예쁜 얼굴을 내세우는 여성이 아니다. 남녀노소를 망라하는 그의 독자들은 한씨의 매력을 주저 없이 ‘건강함’이라고 꼽는다. 정력적이고 호기심 많은 드센 여성임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에겐 건강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넉넉한 여성성이 담겨있다.
김성주
▲ 김성주
‘닮고 싶은 여성 CEO’ 단골 1위의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 집안 반대를 무릅쓴 외국인과의 결혼, 그리고 홀로 창업해 매출 700억 원의 중견기업을 일구고,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96년)에 뽑히는 등 ‘승부사’가 바로 그의 이미지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가 지난해 미국 여성이 뽑은 ‘이상적인 미녀’에 선정되었을 때 미국 사회는 ‘놀라운 소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조사를 실시한 여성지 ‘얼루어’는 “미국 여성들이 건강한 자연스러움을 닮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여성 포털사이트 젝시인러브와 한 화장품회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닮고 싶은 여성상’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는 여성들의 ‘이상형’이 사실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응답 여성들은 ‘롤 모델의 조건’으로 자기관리(81%)를 꼽았으며, 외모는 4%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능력 있는 여성의 이미지 속에는 이미 ‘외모’가 투영되어있을 만큼 ‘외모주의’ 폐해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청소녀 외모주의 개선을 위한 ‘1318 걸파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국여성민우회 정은지 간사는 “단지 교육과 캠페인만으로 여성의 외모를 ‘능력’으로 환산하는 의식이 개선될 수 없다”며 “사회적 표준을 바꿔가는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국에서 ‘아이들의 거식증을 유발’하는 깡마른 모델 사진을 잡지에 게재하지 않도록 하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면접 기준에서 ‘용모’ 조항을 삭제키로 한 것 등은 그런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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