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 긍정성 찾는 움직임 활발…
과도한 ‘몸 만들기’에서 이젠 벗어나야

정해년(丁亥年)을 맞아 부와 재물을 상징하는 ‘돼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넉넉하고 푸근한 이미지 때문에 복을 불러들인다는 돼지지만 유독 ‘몸’에 빗대어 쓰일 땐 미련하고 둔하기 짝이 없는 사람으로 폄하되기 일쑤다. 때문에 여성들에게 ‘돼지’라는 말을 함부로 건넸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돼지 같은 ‘뚱뚱한’ 몸은 섹시함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자기 관리에 소홀한 게으름과 나태를 상징할 뿐이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S라인’ 열풍은 상업주의와 맞물려 여성의 ‘몸’을 정형화하는 데 한몫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끈 스키니 진과 44사이즈 열풍 때문에 통통한 여성들은 옷을 사 입기가 까다로워졌을 뿐 아니라 빅 사이즈 전문 쇼핑몰 쪽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또 광고,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등 미디어가 부추긴 탓에 나이를 불문하고 ‘몸 만들기’에 열중해야 했다.

이러한 불편한 강요는 과도한 다이어트 시장을 형성케 했고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들도 비만 치료를 받는 등 폐해도 잇따랐다. 보건복지부가 12월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10대 47.6%, 20대 46.9%가 정상 체중임에도 비만 치료를 받는 등 S라인 열풍은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의 몸을 둘러싸고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억압과 강요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경쟁력임을 주장하는 사회 분위기를 뒤집는 시도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빅 사이즈 패션쇼다. 88사이즈 이상의 모델만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이 패션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미의 편견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열린 것. 결코 S라인만 패션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빅 사이즈 시장은 2001년 20억 원에서 지난해 1000억 원대 시장을 형성하는 등 해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자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외모인식 개선 프로그램의 하나인 리얼 뷰티 캠페인에 참가한 이석은(27)씨는 “타인의 잣대로 세운 미의 기준에 자신의 가치관마저 버린 채 무조건 쫓아갈 필요가 있겠느냐”며 반문한다. 다른 참가자 강은미(33)씨도 “연예인을 따라하고 싶은 모방심리로 인해 종국엔 옷에 몸을 맞춰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각종 열풍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당장에 입고 싶은 옷을 입기 위해 살을 빼야 하는 현실이 더 괴롭다고 호소한다.

최근 1~2년 새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임신부들 사이에서 만삭 프로필 촬영이 인기를 모으는 것도 몸의 긍정성을 찾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배불뚝이로 10개월을 뒤뚱거리며 지내며 외출도 꺼렸던 임신부들이 임신이 자랑스럽다며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이는 몸이 갖는 기능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겠다는 의도다. 한 달 전 아이를 출산한 경기 광주의 변애리(31)씨는 “만삭의 내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며 “배를 내놓고 카메라에 선다는 게 너무 설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건강을 해치는 마른 몸 선호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자신의 패션쇼에 132㎏의 모델을 등장시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임인숙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비 자본주의 사회가 여성의 몸에 대해 불완전성과 콤플렉스를 조장하고 있다”며 “여성의 외모를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이른바 몸 관리 산업들은 사실상 가부장제가 꾸준히 활용해온 기제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즉 자기관리, 개성연출 등을 내세워 마치 몸 관리가 철저하게 개인적인 선택인 것인 양 비치고 있지만 실상은 그 속에 내포된 구속과 억압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또 “육체가 자본화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서 모든 여성이 이런 사회·문화적 압력에 굴복하지는 않는다”며 여성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바꾸도록 나서야 할 것을 주문했다.

여성들에게 더 이상 돼지가 푸대접을 받지 않도록 올 정해년에는 몸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건강한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는 것은 어떨까. D라인도 상관없다. 건강한 몸과 마음이 우선이다.

지난해 (주)큰옷 주최로 열린 ‘코리아 빅사이즈 패션쇼’에서 88 사이즈 이상을 입는 일반인 모델들이 당당한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 지난해 (주)큰옷 주최로 열린 ‘코리아 빅사이즈 패션쇼’에서 88 사이즈 이상을 입는 일반인 모델들이 당당한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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