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줌마들 유쾌한 사랑방

서울에 일이 있어서 올라갔다. 그런데 약속이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중간에 두 시간 정도가 공백이 생긴다. 뭘 할까. 그래 벼르던 파마나 하자. 나는 서울 복판이기는 하나 그렇게 비쌀 것 같지 않은 미장원 하나를 찾아내었다.

“어서 오세요. 뭐 하시게요?”

“저, 파마하려고요.”

“네, 이리 앉으세요.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냥 보통으로…근데 얼마예요?”

“사만 오천 원이에요.”

“잉? 잠깐 잠깐.”

“사만 오천 원이면 싼 거예요. 이 동네에서 사만 오천 원 하는 데 여기밖에 없어요.”

“미안해요. 시간이 좀 안될 것 같아서 다음에 올게요.”

뒤꼭지가 시려도 할 수 없다. 사만 오천 원 주고는 절대 파마 못한다. 우리 동네에 가면 만 삼천 원인데….

다음날, 엄마와 나는 나란히 동네 어귀 대흥미용실에 앉았다.

“기용이네… 베트남에서 온 사부인 만나 봤어? 사람 활달하데.”

“그러게. 이번에 관광 가는 데 같이 가자고 그래.”

“그러지 않아도 같이 가쟀더니 좋아하더만.”

이 동네에도 베트남에서 시집온 색시가 있나보다.

“영자네 밭 얼마에 팔렸대?”

“누가 삼십만 원까지 봤는데 영자 아배가 사십만 원 아니면 안 판다고 해서 성사되지 않았더만…. 그렇게 받으려고 하면 되나.”

땅값이 또 올랐네.

살림집과 붙어있는, 아니 실림집이자 영업장인 미용실은 온갖 정보가 모이는 동네 사랑방이다. 미용사 아줌마는 이 자리에서 삼십 년 넘게 동네 아낙들의 머리를 책임져 주고 있으니 동네 돌아가는 사정은 아마도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게다.

미용사 옆에서 고무줄 집어주고 있는 이는 철이 할머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수시로 들르며 파마 풀면 나오는 분홍색 파란색 뼈다귀같이 생긴 것 박박 씻어 체에 밭쳐 놓고, 머리 감는 손님 타월 집어주고… 일등 보조다.

거울 앞에 의자 두 개, 30년은 됐음직한 소파 하나, 작은 세면대 하나… 머리 감는 것도 셀프다. 중화제 바르고 한 이십 분, 미용사가 머리 풀어주고 부엌에서 뜨거운 물 한 양동이 가져다주면 찬물 한 바가지 뜨거운 물 한 바가지 적당히 섞어 스스로 감는다. 이 모든 것들이 어찌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미장원 가는 날이면 나도 사랑방 마실가는 기분이다. 두 시간 삼십 분에 걸친 행사를 치르고 돌아 나올 때는 그 기분 더욱 가뿐하다. 파마 만 삼천 원. 얼마나 착한 가격인가? 비록 온 동네 아낙들의 머리가 바글바글 완전 판박이라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랴.

서울살이 할 때는 강남에서 십만 원짜리 파마도 해 보았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도 편안하지도 않았다. 종업원이 달려와 옷 받아주고 머리 감겨주고 커피 타주고 살살 웃으며 온갖 서비스 다 해주지만 돈 다 주고도 왠지 불편한 서울의 일류 미용실보다 정감 있고 살가운 시골 동네 ‘대흥미용실’이 나는 좋다. 값이 싸서 좋은 것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있어 좋은 것이다.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