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에 웃고 철회에 울다

‘호주제’라는 최대 장벽이 철거된 1년 후, 2006년의 여성 이슈들은 ‘거대 담론’에서 점차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민법 개정으로 전업주부에게도 ‘절반의 권리’를 인정하는 등 ‘평등 재산권’에 한발 다가섰으며,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지난 2004년 때보다 여성 당선자 수가 4배나 뛰어올라 '생활정치'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여성 일자리 창출과 ‘가족친화경영’이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상반기 한명숙 국무총리의 ‘탄생’으로 웃고, 하반기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의 ‘철회’로 씁쓸했던 여성들. 올해의 여성 10대 뉴스를 편집국과 20명의 편집위원이 선정했다.

본지 편집위원진은 박혜란 편집위원장을 비롯해,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권영임 한양사이버대 유아교육학과장, 김정희 에버그린 복지재단 이사장,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원장, 박유희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사장, 박효신 전 온양민속박물관장, 신혜수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 유경희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정자 한국녹색구매네트워크 공동대표, 이진아 리더십 전문 강사, 이현숙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장,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조주은 여성학자, 지영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전문위원, 최정순 웅진인재개발원장, 한우섭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공동대표, 황인자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편집자주>

 취임 8개월을 맞은 한명숙 국무총리.
▲ 취임 8개월을 맞은 한명숙 국무총리.
01 헌정사상 첫 여성 국무총리 탄생

‘유리천장’ 정치판 패러다임 대변혁 

보육문제 등 당면과제 해결 기대 잔뜩

가장 높은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드디어 깨졌다. 한명숙(61)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지난 4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국무총리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어느 분야보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정치 분야에서 여성이 총리직에 임명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여성의 역할 증대’를 사회적 흐름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여성계는 “비주류인 여성이 총리 자리에 임명됨으로써 가장 구태의연한 영역으로 남아있던 정치판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다”며 “한명숙 총리가 여성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역대 어느 총리보다 그 역할을 잘 수행해 나가리라 믿는다”며 적극적인 환영과 기대의 뜻을 밝혔다.

첫 여성 총리에게 국민들은 ‘보육시설 확충’을 첫 번째 과제로 요구했다. 취임 직후 여성신문과 커리어다음이 성인 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새 총리가 꼭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다수가 ‘직장 내 탁아소 설치 및 보육시설 확충’이라고 답한 것이다.

한 총리는 이러한 기대감에 걸맞게 각종 여성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은 물론,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총리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여성후보 약진 뒤엔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과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가 한몫 했다.
▲ 이번 지방선거 여성후보 약진 뒤엔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과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가 한몫 했다.
02 5·31 지방선거 여성 당선 ‘약진’

첫 여성 기초단체장 3명 시선집중

지역구 30% 할당·전략공천 확대 등 과제로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는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 2002년보다 4배 많은 529명(13.7%)이 당선된 것이다. 이는 91년 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된 때보다 10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17대 국회의원 여성 당선율 14%에 근접한 수치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여성 기초단체장의 탄생이다. 한나라당은 전략공천을 통해 정당 중 유일하게 김영순 송파구청장, 박승숙 인천 중구청장,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등 3명의 최초 여성 구청장을 탄생시켰다. 특히 처음으로 서울시 여성 구청장이 탄생해 주목을 받았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에 도전하는 등 4명의 여성이 출마해 기대를 모았으나 당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선거기간 내내 유력한 후보로 대두되고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다른 여성 후보들에게 간접적인 ‘후광 효과’를 발휘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선거 이후 의회 원구성에서 기초의회에 최초로 여성 의장 5명이 무더기로 탄생하는 등 지방자치 ‘여성 의장 시대’가 열리는 쾌거도 이뤄냈다. 여성계 안팎에서는 “이제야말로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인 ‘생활정치’가 제 기능을 하게 됐다”며 지방의회 여성정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단일 사안으로는 최장기 농성 중인 KTX 여승무원들.
▲ 단일 사안으로는 최장기 농성 중인 KTX 여승무원들.
03 KTX 여승무원 농성300일 눈앞

대량해고 맞선 용기있는 긴투쟁

‘여성’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상징으로 대두

KTX 여승무원들이 한국철도공사에 외주위탁 철회와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벌여온 농성이 오는 25일 크리스마스가 되면 꼭 300일을 맞는다. 단일 사건으로는 최장기 농성인 셈이다. 농성 초기에는 ‘대량 해고에 맞선 372명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불과했지만,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KTX 여승무원들의 일관된 주장은 “승무 업무는 KTX가 존재하는 한 꼭 필요한 업무이므로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계·법조계·학계·시민단체는 물론, 감사원과 국회조차 여승무원의 편에 섰다. 하지만 철도공사 측은 “정규직 고용을 거부한 쪽은 우리가 아니라 전 승무원들”이라면서 “위탁업체로의 이적을 거부한 승무원과의 계약을 ‘해지’했을 뿐 ‘정리해고’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11월 30일 “2년 이상 동일한 노동을 하는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한 비정규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철도공사가 그동안 직접 고용해왔던 새마을호 승무원까지 외주 위탁키로해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이적을 거부하고 KTX 여승무원과 함께 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04 “이혼·상속 시 재산 절반 배우자 몫”…민법개정

‘평등 재산권’ 첫걸음…가사노동 기여도 등 과제로

앞으로는 상속 재산의 절반은 무조건 배우자 몫으로 인정되며, 이혼해도 결혼 후 취득한 재산의 절반을 받을 수 있다. 또 이혼한 후에야 가능했던 재산 분할이 결혼 중에도 가능하며, 한쪽 배우자의 명의로 등록된 재산이라도 다른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법무부는 지난 7월 2일 여성의 재산권을 대폭 강화한 민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여성계는 “성 평등한 재산권을 위한 첫발을 뗐다”고 환영하면서도, 현실적인 법 집행을 위한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부 공동재산에 대한 배우자의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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