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을 만나다 (13) 이젠 국제행사 단골메뉴 “세계도 야금야금 먹어요”

80년 결혼해 광주에서 살던 한 여자가 먹고살기 힘들어 ‘농사나 짓자’며 가족을 이끌고 담양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내 땅 한 뼘 없이 남의 땅 빌려 하는 농사로는 도저히 아이들 교육조차 시킬 수 없었다. 무엇이든 해보겠다고 나선 그는 취업을 목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해내는 성격이라 농사일 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해 드디어 조리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그는 출장 요리사를 하면서 폐백음식을 주문받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이 히트를 쳤다.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안복자 한과’의 안복자(51) 대표의 사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폐백음식 히트로 한과 손대

“폐백음식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주변에서 한과도 같이 해보라는 거예요. 어려서 친정어머니가 한과 만드는 것을 늘 보면서 커왔기 때문에 잘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한과를 다시 정식으로 배운 거죠. 전국에 한과 잘 만든다는 곳은 모두 다 찾아다니며 배웠어요.”

이것이 또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늘어갔다. 2001년 5월 안 대표는 ‘안복자 한과’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내고 사업을 시작했다.

‘안복자 한과’의 특징은 첫째, 재료는 완전 우리 농산물만을 쓰고 있다. 1년에 쓰는 재료가 대충 찹쌀 200가마, 멥쌀 100가마, 참깨 들깨 각각 20~30가마. 전량 인근 농가와 계약 재배한 유기 농산물로만 만들고 있다. 연간 약 100포 정도 사용하는 밀가루도 ‘우리 밀 운동본부’와 계약하여 쓰고 있다. 또한 자연산 재료만을 고집하며 설탕은 일절 쓰지 않고 조청을 직접 고아서 사용한다.

“우리 쌀과 수입 쌀은 맛에서 바로 차이가 나요. 초창기 때 누가 수입 쌀을 써 보라고 권해서 한번 만들어 보았는데 소독약 냄새가 나서 다 버렸어요. 이걸 우리 애들한테 먹인다고 생각하니 안 되겠더라고요. 그때부터 무조건 고집스럽게 우리 쌀만을 쓰고 있어요.”

셋째 전통방식 그대로 일일이 수작업으로 생산한다.

“옛날 어른들 감으로 하던 방식 그대로 해야 제 맛이 나요. 우리 공장에도 수분 측정기 같은 현대시설이 있지만 전 손 감각으로 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손으로 만져보고 두께에 따라 몇 도에서 몇 시간 말리면 된다. 어느 정도에서 튀기면 된다. 재료 성질에 따라 계절에 따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때가 있어요.”

생산부터 유통까지 관리 철저

 

‘안복자 한과’의 모든 제품에는 안 대표의 얼굴과 이름이 박힌 스티커가 부착된다. 이는 결코 이름 부끄럽지 않은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그는 최고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뿐 아니라 유통까지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납품을 희망하고 있지만 현재는 우체국 쇼핑과 하나로마트, 온라인을 통해 직거래만을 하고 있다.

안 대표가 직거래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우선 제조공정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만들어내는 양에 한계가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중간 마진을 없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고가의 재료만을 쓰기 때문에 생산비는 몇 배 들게 되지만 유통 마진을 줄이고 이익은 덜 내는 방식으로 되도록 소비자가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품질 위주로 꾸려가다 보니 최근 뿌듯한 결실을 맛보기도 했다. 지난 6월 광주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 만찬 때 후식으로 ‘안복자 한과’가 선정된 것이다.

“중요한 국제 행사에 내가 만든 한과가 올려지고 세계적 인물들이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고 노력한 보람이 있다 싶어 정말 기뻤어요.”

안 대표가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학교 급식에 안복자 한과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담양군의 초·중·고등학교에 쌀엿강정과 약과를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전남 광주 지역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타 지역에서도 문의를 하고 있다.

“서양 음식에 익숙한 아이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했는데 선생님들 말씀이 인기 만점이라네요. 정부에서 보조를 좀 해주어서라도 우리 아이들한테 전통음식을 자주 다양하게 먹였으면 좋겠어요. 어려서 입맛이 어른까지 계속 되잖아요.”

이젠 해외시장 개척 ‘눈독’

 

안 대표는 최근 수출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전라남도에서 주선한 미국 농수산물 해외판촉단에 참가하여 처음으로 미국 시장으로 진출해 보았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처음 미국에 갔는데 LA에서 내 얼굴이 그려진 커다란 플래카드를 걸어 놓고 판매를 시작했어요. 내가 직접 만든 거라고 소개하면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17일간 머물면서 팔려고 준비한 물건이 하루 만에 동이 나버렸어요. 올해에는 내가 못 가고 아들이 미국엘 다녀왔는데 이번에 한 3만 달러 수출 계약을 하고 왔어요. 이대로라면 미국 시장을 장악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자신만만한 안 대표다. 그의 자신은 어디에서 나올까? 물론 품질이다. ‘최고의 마케팅은 최고의 제품’이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안 대표는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 10월 15일 중국으로 날아갔다. 농사만 지었다면 묻혀버렸을 지도 모르는 잠재된 능력은 아직 반도 못 편 듯 보인다. 추진력, 아이디어, 사회성 등을 고루 갖춘 안 대표는 사업가 기질을 타고났다. 그의 말대로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는 오늘도 자신 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블루 오션을 본다.

● 후배 여성농업인에게 “정직이 최고의 맛”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은 정직이 최우선이다. 늘 내 가족이 먹는 것이라 생각하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면 보상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넘어가지 말고 정직과 기술로 승부를 건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프로필

1955년 광주에서 출생, 2001년 5월 안복자 한과 창업, 담양군 여성자원봉사자 회장, 담양경찰서 행정발전위원회 위원, 지역사회발전 내무부장관 공로표창, 여성자원봉사활동 전남지사 공로 표창, 가공부문 신지식인 선정(2006년)

안복자 한과 : 전남 담양군 창평면 의항리 소재. 전라남도 Best5 선발대회 동상(2004년) 은상(2002년) 획득, 농림부 전통식품인증서 획득(2002년),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서 획득(2003년), 전라남도 농특산물 한과부문 명품 선정(2004년), 전라남도 도지사 농수특산물 품질인증서 획득(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 등록(2005년), 2005년부터 미국 수출 시작.

● 안복자 대표의 성공 4계명

1. 정직을 최고 덕목으로 삼으라

누구라도 싼 재료로 큰 이익을 남기고자 하는 유혹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이익에 넘어간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사업은 정직이 최고의 투자다.  

2.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으로 만들라.

재료 구입부터 제품이 완성되어 고객의 손에 도달할 때까지 성의와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입소문으로 퍼지는 홍보야말로 내 제품을 알리는 지름길이다.     

3. 적극적 홍보 전략을 세우라

후발업체일수록 발로 뛰는 홍보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잘 만든 것이라도 소비자 손이 닿지 않으면 소용없다.        

4. 양적 성장보다는 내적 성장에 충실하라

양적 성장에 너무 매달리다 보면 질에서 소홀해질 수 있다. 과도한 욕심 없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것이 좋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