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노인취업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소득 2만 달러 달성하기. 그 해법은 여성인력 활용에 있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들은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사회 첫 진입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성 근로자의 비정규직화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젠 여성 일자리다’ 기획을 총 5회에 걸쳐 연재했다. 연재 마지막으로 ‘노인 취업’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50세 이상 취업자 수는 644만8000명(2006. 8)으로 40대(637만3000명)는 물론 30대(609만4000명)와 29세 미만(425만 명)보다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인구(55~70세 833명 조사, 2006)의 57.9%가 일하고 싶어 하며, 그 이유는 생활비 마련(34.3%) 때문이라고 답해 노인들의 경제활동 욕구는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짐작케 한다.

이 같은 욕구는 구직활동으로 이어져 서울시 중앙고령자취업알선센터의 경우 2006년 상반기(8월)까지 구직자 수(540명)가 이미 지난해 전체 구직자 수(536명)를 넘어섰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 구직자의 증가추세는 뚜렷해 2003년 151명에 불과했던 수치가 2006년에는 이미 상반기에 173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취업률은 47% 정도로 60대 취업률 77.5%보다 현저히 낮아 고령노동시장 내의 연령장벽도 심각함을 보여줬다. 성별로는 여성 고령 구직자가 남성 구직자의 20~30% 정도로 구직활동에 더 소극적인 편이다.

고령 구직자가 늘면서 취업 사이트들도 앞 다퉈 ‘실버’ 섹션을 개설하고 있다. 잡코리아의 아르바이트 사이트 ‘알바몬(www.albamon. com)은 ‘실버알바’ 섹션을 만들었으며, 인터넷 벼룩시장의 아르바이트 ‘파인드(alba.findall.co.kr)’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55세 이상 고령자의 이력서 등록 비율은 여성 95%, 남자 80%가 증가했다.

직종 한정 … 따지면 갈 데 없어

서울시 산하 15개 고령자취업알선센터의 올해 총 구인 수와 취업자 수를 비교해보면 구인 수(일자리 수) 1만461명(여성 2668명)이었지만 실제 취업자 수는 4662명(여성 1797명)으로 오히려 적었다. 이 같은 현상은 고령 인력을 원하는 일자리가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란 게 현장 상담가들의 지적이다.

센터에 따르면 고령 취업자의 일자리로 가장 많은 취업률을 보이는 직종은 배달직(34.4%), 경비직(10.9%), 어린이 강사(8.6%), 청소직(6.3%) 정도. 특히 여성 고령자의 경우는 간병인, 산모·아기·가사 도우미 등에 한정돼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더 좁다. 그나마 남성 고령자의 경우 70세 미만까지는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지만, 여성 고령자는 65세가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루터대학교 이선영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든 노인문제는 여성문제”라며 “여성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특화된 교육이 병행되어야만 인력 활용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부, 보건복지부의 고령 친화적 일자리 창출 ▲고령자 고용촉진법의 기준고용제 전환 ▲기업의 의무고용 확대 ▲노인고용장려금 등 인센티브의 현실화 ▲임금피크제 ▲점진적 퇴직제도 도입 ▲연봉·연령차별 금지법 제정 등 연구 및 실시 필요 ▲사회적 일자리 창출 적극적 시행 등 정책적 노력 등을 제안했다.

고령자 직업교육에 기업참여 절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중·고령자 고용 기피 요인을 조사한 결과 ‘직업능력이나 능률이 떨어진다’(19.7%), ‘체력문제로 힘든 작업이 곤란하다’(18.0%),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17.1%) 등을 지적하면서도 직업훈련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일선의 한 고령자 취업 상담원은 “모 대기업과 ‘고령자 서류보조원(문서분류)’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언론의 관심이 잠잠해지고,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바로 ‘없었던 일’이 되었다”며 “고령자 고용촉진자금 등 지원제도가 있지만 노인에 대한 편견, 유교적 문화 등 사회적 분위기가 ‘고령자 취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2020년까지 우리 사회에서 젊은 인력의 부족 현상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신현구 연구원은 “고령 인력을 필요로 하는 서구처럼 기업이 앞장서 노인취업훈련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노인 취업에 대한 교육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고령자 ‘엄밀한 사후관리’를

“고령 취업자의 취업 중단 사유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23.6%)’가 ‘건강상의 문제(21.8%)’보다 많다”는 이선영 교수는 “노인의 적성에 맞는 취업과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령 취업자들은 어렵게 취업하고도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여성 고령자의 경우 남성보다 3배 정도 많다는 게 취업 상담가들의 말이다.

고용안정센터 고령자인재은행을 위탁운영하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이재숙 사무처장은 “고령 여성들도 예전과 달리 ‘책임의식’보다 ‘임금’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추세”라며 “임금에 따라 이직을 반복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지면서 전체 고령 여성인력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밝혔다.

그런가하면 ‘해보지 않은 일’이라거나 ‘집에 일이 있어서’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어렵게 얻은 직장을 포기하는 여성 고령 구직자들도 많아 취업 알선 상담가들의 부담도 크다. 이에 대해 윤형준 사회복지사는 “50대 이상 여성들의 경우 남성에 비해 취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한다”며 “이들 여성을 위한 직무·직업의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씨니어연합 신용자 회장은 “여성노인의 일자리 확대는 사회적 인식변화와도 밀접하다”며 “도우미 직종은 허드렛일이라는 인식이 변화된다면 일할 수 있는 여성노인들의 진입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어 “복지분야(보조업무) 노인일자리 쿼터제 등 현실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TIP] 고령자 취업을 위한 십계명

1.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2.  직업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3.  과거 경력에 집착해 대접받기를 바라지 말자

4. 권위의식보다는 이해하고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자

5.  정신적·신체적 건강함을 유지하자

6. 꾸준한 노력으로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하자

7.  매사에 항상 적극적인 자세를 갖자

8. 대화로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익히자

9. 기초적 인터넷 사용법을 익히자(이메일 이용법 등)

10. 이력서 작성법을 배우자                          

<커리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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