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력개발센터에 ‘찬물’
“난립해 교육 질 저하” 우려

여성가족부가 총 34억 원에 달하는 여성 직업훈련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여성회관의 참여를 독려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올해로 시행 2년을 맞은 이 사업은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 70개를 선정해 1개 사업당 135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취업교육 전문 시스템을 갖춘 여성인력개발센터가 대부분 사업에 선정됐고, 여성회관은 2005년에 1개, 2006년에 3개가 선정되는 등 참여가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국 51개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전국 124개 여성회관(여성발전센터 포함) 간의 ‘자유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대해 현장 활동가들은 “동일한 사업을 놓고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는 비효율적 조치”라며 “취업지원 시스템이 전무한 비전문 기관이 난립하게 돼 교육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도 쏟아내고 있다.

더구나 여성가족부 소관이었던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지난해 지자체로 이관됐고, 중앙정부 지원도 2009년에 종료될 예정이어서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논란은 여성가족부가 내년부터 전국 124개 여성회관에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교육훈련 매뉴얼을 제공하고, ‘사회서비스 분야 취업지원 공모사업’ 참여를 적극 권장하기로 한 데서 비롯됐다. 이는 전국 시·도·군에 설치돼 있는 여성회관의 인프라를 여성인력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조치로, 여성회관을 ‘경력 단절 여성일자리 창출 선도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운 상태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는 지난 11월 30일 제주도에서 ‘전국 여성회관 관장 및 관계자’ 워크숍을 열어 여성회관의 직업훈련 기능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오는 2010년까지 여성회관의 직업훈련 비중을 현행 28% 수준에서 5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취미·교양강좌나 자원봉사 지원 등 지역 복지사업을 위주로 했던 여성회관의 대대적인 역할 변화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성회관이 프로그램 공모에 참여하게 되면서 외형상으로는 여성취업 교육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지원되는 예산은 그대로여서 ‘몸집 불리기’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시행 2주년을 거치며 ‘안정기’를 넘어 ‘발전기’로 가야 하는 여성인력개발센터에 지원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여성회관의 참여에 더 힘을 쏟는 것도 애초 목표했던 여성인력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의 한 관계자는 “센터보다 2배가 더 많은 여성회관과의 경쟁으로 예산을 따내는 것은 물론, 수강생 모집조차 어려워지게 됐다”며 “이로 인해 취업률이라도 낮게 나오게 되면 실적에 민감한 지자체가 예산을 깎거나 센터와 회관의 통폐합까지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여성회관은 직업훈련에 관해 준비가 미미한 상황이기 때문에 비교적 손대기 쉬운 비정규·저임금의 돌봄 노동 직종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도 돌봄 노동 인력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회관까지 과다 공급을 하게 되면 지역 내 여성 취업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점도 부작용으로 지적했다.

참여단체 늘리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지난 2년간의 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부족한 부분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인선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대표는 “시행 2년째를 맞았는데도 실적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었다”며 “취업 효과가 높았던 직종, 지원이 더 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직종 등을 선별해 하나의 모델로 삼는 것도 취업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성균 여성가족부 인력개발지원팀 사무관은 “특정 기관을 의무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모를 통해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성화하자는 것이 목표”라며 “여성회관들도 이번 워크숍에서 센터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센터가 하지 못하는 영역을 새로 개발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는 예산과 프로그램도 소폭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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